[TV톡톡] ‘리멤버’ 알츠하이머가 식상해? 오해해서 미안해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5.12.10 10: 47

‘리멤버’가 첫 방송부터 기대 이상의 완성도와 눈 뗄 수 없는 몰입감을 보여주며 안방을 휘어잡았다. 첫 방송 시청률은 7.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였지만 , 이 기세라면 ‘너목들’, ‘피노키오’ 등을 잇는 명품 드라마 반열에 오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일 첫 방송된 SBS 새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극본 윤현호, 연출 이창민)은 억울하게 수감된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거대 권력과 맞서 싸우는 천재 변호사의 휴먼 멜로드라마다. 유승호의 군 제대 후 지상파 복귀작이자, 영화 ‘변호인’의 윤현호 작가의 첫 드라마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극의 주요 소재인 알츠하이머와 천재 변호사는 지금까지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자주 다뤄졌던 만큼 식상하다는 평도 있었다. 특히 2016년 3월 방송 예정인 박찬홍 김지우 콤비의 tvN 새 드라마 ‘기억’ 역시 알츠하이머를 선고 받은 로펌 변호사가 남은 인생을 걸고 펼치는 마지막 변론기를 담은 드라마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너무 비슷하다”는 반응을 얻기도 했다. 게다가 아무리 연기력이 뛰어난 유승호라도 20대 초반 천재 변호사가 된다는 설정은 안 어울리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낳았다. 유승호 역시 제작발표회 당시 이를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뚜껑을 연 ‘리멤버’는 이런 우려들을 단번에 씻어냈다. 서재혁(전광렬 분)은 우연히 살인 사건의 피해자를 발견했지만, 알츠하이머로 인해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게 됐다. 그리고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는 진우(유승호 분)는 이런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4년 뒤 변호사가 된 인물. ‘리멤버’는 재혁과 진우가 왜 살인자와 변호인으로 대면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촘촘한 뼈대 속 스피드한 전개로 그려내 호평을 이끌어 냈다.
또 진우가 인아(박민영 분) 때문에 소매치기범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보여준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캐릭터 설명은 극적 몰입도를 높였는데, 이는 이종석 이보영 주연의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연상케 만들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속물 국선전담변호사 혜성(이보영 분)와 사람의 마음을 읽는 신비의 초능력 소년 수하(이종석 분)이 만나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드라마였는데, 비현실적이었던 수하의 능력이 현실감 있게 다가올 수 있었던 건 몰입도 높은 극본과 짜임새 있는 연출, 배우의 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우의 능력 역시 이와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극 말미 살인 누명을 쓴 아버지 대신 진우가 사람들에게 날계란 세례를 맞는 장면은 진실을 보지 못하고 마녀사냥을 하는 언론과 대중들에게 일침을 가했던 SBS 드라마 ‘피노키오’의 기하명(이종석 분)을 떠올리게도 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피노키오’ 모두 방영 당시 시청자들에게 명품 드라마라는 극찬을 받았던 만큼 ‘리멤버’ 역시 이 계보를 잇지 않겠느냐는 뜨거운 반응이 일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호 그룹 후계자 남규만(남궁민 분)이 보여준 소름 돋는 모습은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유아인 분)를 능가하는 절대 악인의 등장을 예상케 해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parkjy@osen.co.kr
[사진] ‘리멤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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