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웅에게 지금까지 몰랐던 색다른 얼굴이 보인다.
작품 속에서 꿈에 나올까 무서운 조폭, 사채업차 등의 캐릭터로 '어마무시'한 카리스마를 발산해왔던 그가 새 드라마 '리멤버'를 통해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소위 '착한 변호사'로 변신했다. 조폭 변호사라고는 하는데 말 끝 마다 "데이~"라고 마무리하는 그의 얼굴에 착함이 묻어있다.
물론 박성웅이 그간 보여준 '센캐'(센 캐릭터)의 단단한 느낌은 식상하지 않았다. 이번엔 악역은 아닌데 조폭 특유의 요란한 카리스마를 유지하면서도, 다양하게 변주해 보여줬다. 새파란 양복에 선글라스..겉으로는 기가 철철 흐르지만 미소지으며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정감이 가는 남자다. 내면에는 정의와 선을 추구하는 따뜻한 면모를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SBS 새 수목드라마 '리멤버'는 억울하게 수감된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거대 권력과 맞서 싸우는 천재 변호사의 휴먼 멜로다. 박성웅은 극중 가난에 찌든 삶을 벗어나려 돈을 쫓는 변호사 박동호 역을 맡았다. 조폭, 큰 형님에서 신분이 상승한 것. 그에 걸맞게 박성웅의 연기 표현력도 한층 높아졌다.
지난 9일 방송된 '리멤버'(극본 윤현호, 연출 이창민) 1회는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 서재혁(전광렬 분)이 서촌 여대생 살인 사건 혐의로 구치소에 복역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는 기억을 잃고 길을 헤매다 들어선 숲 속에서 이웃집 딸 정아(한보배 분)의 시체를 발견해 살인죄를 뒤집어썼다.
진범인 일호 그룹 후계자 남규만(남궁민 분)을 대신해 억울한 옥살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 재혁과 달리 과잉기억증후군으로 고통 받는 아들 진우(유승호 분)는 자신조차 잊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했다.
등에 용을 키우는(?) '센 남자' 동호는 아내도 두지 않는 바람 같은 남자지만 정의감은 차고 넘친다. "착한 사람 수갑 풀어준다" "승률 100%다"라며 규만의 죄를 쓴 재혁의 결백함을 밝히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진우가 전체를 통째로 외우는 대단한 기억력을 드러낸 가운데 동호와 함께 재혁의 죄를 풀기 위해 협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새롭게 변신을 거듭한 박성웅표 변호사 연기에 관심이 쏠린다.
잘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특히 "살려는 드릴게"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영화 '신세계'를 보면 박성웅이 주목 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섬세한 감수성과 강직함으로 자신만의 냉정한 야심가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경찰 장무원, 독립운동가 동진, 제빵왕 조진구, 그리고 악명 높은 이중구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드러낸 박성웅의 인물들에겐 비슷한 모습이 있지만, 이번엔 확실히 다르다. 그의 차진 변신에 박수를 보낸다./ purplish@osen.co.kr
[사진]'리멤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