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엄마’가 그리는 가족애는 ‘응팔’ 못지않게 따뜻하다.
MBC 주말드라마 ‘엄마’는 토요일 방송분과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토요일 방송분이 같은 시간대 겹쳐서 방송되고 있다. ‘응팔’이 먼저 시작하긴 하지만 후반부가 약간 걸쳐져 있는 것. 지난 11월 6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응팔’의 위세 때문에 이튿날인 7일 방송한 ‘엄마’ 19회 방송분은 전날(17.3%) 방송분보다 0.4%포인트 하락한 16.9%(닐슨코리아 제공)의 전국 시청률을 나타냈다.
이어 14일 방송분은 15.9%를, 21일은 14.8%, 그러다 지난달 28일 방송분은 1.8%포인트 오른 16.6%를 기록하며 반등세를 보였다. ‘엄마’를 사랑하는 고정 시청층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셈이다. ‘응팔’도 1988년, 그 시대 끈끈했던 가족과 이웃의 사랑을 그리며 시청자들에게 추억을 자극하는데, ‘엄마’도 엄마와 네 남매간에 벌어지는 애틋함을 강조하며 안방극장에 가족의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시청률에 대한 부담이 클 법한대 연출을 맡은 오경훈 PD는 10일 오후 경기도 일산의 한 식당에서 진행된 ‘엄마’의 기자간담회에서 “‘응팔’의 시청률이 오르고 있는데 그것에 비해 저희가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굉장히 고무적이다. 그래도 떨어지지 않는 게 기특하다”라고 평가했다.
이날 오경훈 PD를 비롯해 배우 차화연, 박영규, 장서희, 김석훈, 홍수현, 이태성, 이문식, 도희 등이 참석해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 PD는 “높은 시청률은 아니더라도 뚝심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저희가 50부작 예정인데 한여름에 시작해서 지금 한겨울에 접어들었다. 저희가 목표했던, 계획했던 스토리를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다. 욕심만큼 높은 시청률이 나오지 않고 뜨거운 이슈가 되진 않지만, 알아본 바 40대 중후반부터 60대 여성분들이 '나한테 엄회장 같은 사람 없나?'라고 생각하며 보고 계신다고 하더라.(웃음) 지금보다 더 노력하면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드라마도 있어야한다는 뚝심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방송된 ‘엄마’ 29회는 19.1%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엄마’는 홀로 자식들을 키우며 모든 것을 희생한 엄마가 효도는 셀프라면서도 어떻게든 유산은 받겠다는 괘씸한 자식들을 향해 통쾌한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날 배우들이 빚어내는 케미스트리는 마치 한가족을 보듯 따뜻하고 정겨웠다. 극중 엄회장 역할을 맡은 박영규가 으쌰으쌰하며 선후배 배우들을 아끼고 독려했다. 인터뷰 중 말을 하지 않는 막내 도희를 챙기며 아빠 같은 애정을 드러냈다. 엄회장은 엄마 윤정애(차화연 분)와 중년의 로맨스를 보여주며 인기를 끌고 있는 중.
그는 “제가 1988년도에 김희애 씨와 멜로드라마 '내일 잊으리'에 나왔었다. 그 때 서른 대여섯이었는데 그 때 ‘환갑이 지나서도 멜로를 하고 싶다’고 했었던 게 기억난다. 근데 환갑이 넘은 이 나이에도 진짜로 하고 있더라”며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낸 것은 연기에 대한 열정과 멜로에 대한 로맨틱한 마음이 흩어지지 않아서다. 주름살이 많아도 멜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헐리우드의 '러브어페어' 같은 영화를 보면 80세 가까이 된 배우들도 멜로 연기를 잘 하지 않나. 처음에 주름이 보였어도 나중엔 보이지 않는다. 제가 지금 이 드라마 끝나고도 앞으로 10년 뒤 주름살이 더 생기겠지만 그때도 반드시 멜로를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차화연은 “실제로 엄회장 같은 사람은 현실 속에 없다. 동화 속에 나올법한 남자다. 그래서 중년 어머니들이 로망을 가지고 있으신 것 같다. 로맨스 연기를 곧잘 했지만 이렇게 순수한 멜로를 그리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막장을 벗어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표현했다.
또 극중 첫째 아들 영재 역을 맡은 김석훈은 “실제로 이런 아들이 있으면 엄마들이 속상하실 것 같다.(웃음) 일반 사람들보다 극적으로 표현되긴 했다. 저는 영재보다도 속은 깊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지만, 저도 실제로 철이 없는 면이 없진 않겠으나..(웃음)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김석훈은 이어 “나이를 먹을수록 순순한 사랑을 할 대상을 찾기 어렵다. 나이가 들었어도 순순한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하지만 점점 사회에 찌들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엄회장은 (계산 없이)그렇지 않아서 멋있는 것 같다”고 인기 이유를 분석했다.
박영규는 “사랑받고 싶어 하는 여성들의 마음을 우리 드라마가 건드려준 것 같다”고 말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