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응팔’, 우리도 쌍문동 골목에서 살고 싶다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5.12.11 11: 01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이하 ‘응팔’)은 1988년도 서울 쌍문동의 한 골목을 중심으로 다섯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드라마로, ‘응답하라1997’(응칠)과 ‘응답하라1994’(응사) 못지 않은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여주인공인 덕선(혜리 분)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한 동네에서 자라온 남자 친구가 4명 있다. 선우(고경표 분), 정환(류준열 분), 동룡(이동휘 분), 택(박보검 분)이 그 주인공. 덕선은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선우가 사실은 자신의 언니 성보라(류혜영 분)을 오랫동안 짝사랑했음을 알고는 분노했다. 진짜 덕선을 좋아하고 있던 건 정환과 택. 택은 친구들에게 자신이 덕선을 여자로 좋아하고 있음을 고백했고, 정환은 덕선에게 소개팅을 하지 말라고 하며 자신의 마음을 넌지시 내비쳤다.
드라마의 특성상 이 같은 멜로 물결은 안방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요소로 작용,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2015년의 덕선은 이미연, 덕선의 남편은 김주혁이 연기를 하고 있는데,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나 김주혁의 행동은 남편 찾기의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응팔’이 가진 최고의 장점은 ‘응칠’, ‘응사’ 보다 더 진해진 가족애와 동네 사람들의 정이다. 쌍문동의 조그만 골목, 저녁 시간만 되면 아이들은 “옆집에 좀 가져다 줘”라는 엄마의 말에 따라 반찬 그릇을 들고 골목을 누빈다. 늘 아침마다 골목을 쓸던 택이 아빠 무성(최무성 분)이 보이지 않으면 걱정을 하고, 택이의 바둑 결과를 마치 내 자식 일인 듯 신경 쓰곤 한다.
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 할아버지가 없다고 말하는 진주(김설 분)의 동심을 되살리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모여서 의논을 하는 동네 어른들의 모습은 웃음이 나오는 동시에 뭉클한 감동까지 느끼게 한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내 일만 생각하고 사는 요즘 세상에 동네의 꼬마 아이를 위해 큰 얼음으로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뿌듯해 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이 뿐만이 아니다. 미란(라미란 분)과 일화(이일화 분)는 독한 시어머니 때문에 돈 천 만원을 갚지 않으면 집이 경매로 넘어갈 판에 몰린 선영(김선영 분)을 진심으로 걱정하며 오히려 자신들이 천 만원을 선뜻 주지 못해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이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은 고향 오빠 무성은 선영에게 천 만원이 든 통장을 내밀었다. 선영이 신세 지는 것이 싫다고 하자 그는 동네 사람들에게 자신이 받았던 것들을 언급하며 “신세 좀 지면 어떠냐”고 선영을 달랬다.
이 장면이 더욱 뭉클하게 다가올 수 있었던 건 그간 동네 사람들이 무성에게 보여준 따뜻한 진심과 정이 극 속에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무성을 가장 먼저 발견한 건 동일(성동일 분)이었고, 선영은 택이가 부재한 가운데 후유증으로 손을 떠는 무성을 일일이 돌봐줬던 것. 무성은 이런 동네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가 천 만원이라는 거금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혹자는 이런 설정이나 장면을 두고 ‘응팔’에서만 볼 수 있는 판타지라고 말한다. 그들 역시 자식 걱정, 돈 걱정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긴 하지만, 지금은 느끼지 못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정이 너무나 이상적으로 그려지기 때문. 그리고 이는 시청자들이 ‘응팔’이 그려내는 이야기 속에 푹 빠지게 되는 이유로 여겨진다.
물론 판타지라고 해도 상관없다. ‘응팔’을 보고 있으면, 그 시절 쌍문동의 골목에는 이렇게 착하고 가슴 따뜻한 다섯 가족이 실제로 살았을 것만 같고, 저 동네에 꼭 한 번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새록새록 피어 오른다.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눠 먹을 줄 알고, 시도 때도 없이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걱정을 하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 집에 다 같이 모여 TV를 보거나 수다를 떠는 이들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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