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같은데 변호사다. 돈만 밝히는 속물인 듯 보였다가 주인공을 위해 돌아선 의리파다. '리멤버' 속 박성웅이 폭발적인 존재감으로 흥미진진한 전개를 이끌었다. 덕분에 안방 시청자들은 브라운관 앞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10일 방송된 SBS 새 수목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서진우(유승호 분)는 여대생 강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누명 쓴 아버지 서재혁(전광렬 분)을 살리고자 애썼다. 하지만 재판은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서진우는 국선변호사에게서 희망을 찾지 못해 좌절했다. 검사는 계속 서재혁을 압박했고 국민참여재판을 비롯한 여론은 진우 부자를 비난했다. 서진우는 살인자의 아들이라며 달걀 세례를 맞았고 동네에서도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1심 공판에서 국선변호사는 서재혁을 제대로 변호하지 못했다. 오히려 서재혁이 피해자의 아버지에게 목숨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그때 박동호(박성웅 분)가 나섰다. 그는 피해자의 아버지를 단숨에 제압하며 서재혁을 살렸다.
그는 돈이면 무슨 사건이든 해결해 주는 '속물 변호사'였다. 조폭 두목인 석주일(이원종 분)의 사건 의뢰를 맡은 그는 고소인 남규만(남궁민 분)을 찾아 무턱대고 사진을 찍었다. 남규만은 그를 내쫓으라며 부하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박동호는 휴대전화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는 "이 안에 뭐가 들어 있을 것 같냐. 제 의뢰인하고 약간의 물리적인 충돌이 있던 그날 밤 상무님께서 약을 한 것 안다. 약을 들여오거나 복용하면 징역형이다"고 협박했다.
결국 남규만은 폭발했다. 박동호를 무참히 폭행하며 환각파티를 언급, 사진과 영상을 내놓으라고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박동호에겐 증거 따윈 없었다. 남규만의 고백을 몰래 녹음하려는 박동호의 계략이었다.
남규만은 박동호를 죽이겠다며 이를 갈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박동호를 꺾을 순 없었다. 반대쪽 건물에서 남규만의 폭행을 모두 녹화하고 있었고, 그는 어쩔 수 없이 박동호의 멱살을 풀었다.
박동호에게도 아픔은 있었다. 과거 복서였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조폭이 되고자 했지만 석주일로부터 법 공부를 배우라는 조언을 받아 변호사가 된 것. 박동호에게 석주일은 든든한 조력자였다.
간신히 시험에 합격한 박동호는 수임료에 집착하는 변호사가 됐다. 그런 그에게 서진우는 아버지의 변호를 부탁하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의 호소는 박동호에게 생각할 가치가 없는 일이었다.
박동호는 "집에 돈 좀 있냐. 너희 집 돈 없지? 그러면 나하곤 볼 일 없겠네. 아버지한테 전해라. 돈 없으면 죄짓고 살지 말라고"라며 울고 있는 서진우를 매몰차게 내보냈다.
결국 서진우는 자신의 천재적인 기억력을 매개로 도박판에서 거액을 따 박동호에게 안겼다. 그럼에도 박동호는 서재혁의 변호를 하지 않겠다고 차갑게 말했다. 서진우는 다시 한번 좌절의 쓴맛을 봤다.
그러나 2차 공판일 박동호가 법정에 나타났다. 그는 서진우의 진심을 받아들여 서재혁의 변호를 맡기로 했다. "서재혁 피고인의 변호인입니다. 오늘부터"라고 외치며 서진우를 향해 윙크했다.
박동호는 투박한 사투리에 날카로운 눈빛, 원색의 슈트가 매력포인트인 튀는 변호사다. 선인인지 악인인지 헷갈리는 캐릭터로 극에 흥미를 톡톡히 안기고 있다.
박성웅은 완벽히 박동호로 분한 상황. 이토록 매력적인 조폭 변호사라니, 박성웅의 존재감은 '리멤버'의 또 다른 재미요소다.
한편 '리멤버'는 억울하게 사형수로 수감된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거대 권력과 맞서 싸우는 과잉기억증후군 천재 변호사의 휴먼 멜로를 그린다. 영화 '변호인' 윤현호 작가의 안방극장 데뷔작이다. 유승호, 박민영, 박성웅, 남궁민, 전광렬, 정혜성, 이시언, 엄효섭, 한보배 등이 출연한다. /comet568@osen.co.kr
[사진] '리멤버'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