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광풍이 심화되고 있는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제도적 변화가 찾아올까. FA 선수들에 대한 원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이 내년부터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순작용보다는 부작용이 더 커지고 있다는 데 구단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KBO 10개 구단 단장들은 9일과 10일 열린 KBO 윈터미팅에서 최근 야구계의 현안들을 논의했다. 그 현안 중 하나가 바로 FA 선수들의 원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이었다. 현재 FA 선수들은 공시 이후 먼저 일주일 동안 먼저 원소속구단과 협상을 갖는다. 그 후 일주일 동안 원소속구단을 제외한 나머지 구단과 협상을 가지며, 여기서도 타결에 이르지 못한 선수들은 1월 15일까지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는 구조다.
우선협상제도는 원소속구단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하나의 장치로 볼 수 있다. 먼저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집토끼’를 잡을 확률을 높이는 제도다. 완전한 형태의 자유계약선수와 우리의 프리에이전트 제도가 다른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부작용만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 구단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차라리 “시작부터 모든 구단과 협상할 수 있도록 하자”라는 목소리가 이번 단장회의에서 비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면 ‘프리미엄’으로 볼 수 있는 이 제도를 각 구단들이 포기하는 것은 탬퍼링 등 부작용이 심화됐다는 이유다. 우선협상기간 중 원소속구단의 제시액을 듣고, 이것을 협상에 활용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원소속구단에서 이 정도 금액을 제시했으니, 더 달라”라는 식이다. 야구계에서는 FA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기 위한 점도 있다.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FA 선수들의 원소속구단 협상 타결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구단도 마지막 날까지는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지 않는다. 제시액을 먼저 밝혔다가 오히려 타 구단에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원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이 사라진다면 굳이 2주의 시간을 다 보낼 필요성이 사라진다.
에이전트 제도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감에 따라 우선협상기간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고려할 수 있다. 이런 종합적인 분위기가 흐른 단장회의에서는 “내년부터는 이 제도를 폐지하자”라는 쪽으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단장은 “사실상 만장일치의 분위기였다”라고 귀띔했다. 아직 KBO 이사회의 승인 절차가 남아있지만 구단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이르면 내년 FA부터는 이 제도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번 단장회의에서는 “FA 협상기간이 시작되기 전 탬퍼링 등 부정행위를 하지 말자”라는 합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워낙 은밀하게 진행되고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이 합의가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차드래프트에 대해서는 “활성화시키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1년에 한 번 시행하는 방법, 3년차 이하 신인들은 명단에서 제외하는 방법, 대신 40인을 35인으로 줄이는 방안 등 여러 가지 안건이 논의됐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