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자들’에 인간문화재급의 덕후가 등장했다. 그가 가진 능력은 다름 아닌 종이로봇 만들기. 흔히 로봇을 좋아하면 피규어를 모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능력자는 23년간 오로지 종이만으로 로봇을 만들어내는 것에 몰두해 왔고, 설계도를 그리거나 도구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고 정교한 결과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지난 11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능력자들’에서는 덕후들의 다섯 번째 정기모임이 그려진 가운데 종이로봇 능력자 김도영씨가 출연했다.
능력자가 종이로 로봇을 만들기 시작한 건 1992년. 어린 시절, 둔탁하고 잘 망가졌던 로봇장난감이 싫어 내가 한 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된 그의 취미생활은 어느새 23년 간 이어져오고 있었다. 지금까지 1,000종 이상의 작품을 만들어 온 그의 방 안은 창작해 낸 종이로봇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그에게 종이로봇을 만들기 위한 설계도란 오직 머릿속에만 존재했다. 능력자는 밑그림이 없는 탓에 때로는 삐끗할 때가 있긴 하지만 어떻게든 완성을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실패작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만약 로봇의 한 부분이 망가지더라도 머릿속에 설계도가 있기 때문에 그 파트를 뜯고 다시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선 작품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손톱만한 크기의 로봇을 만드는 데에도 핀셋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손으로 작품을 완성했다고 전해 놀라움을 샀다. 이렇게 만든 종이로봇은 정교함마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팔과 다리의 관절을 만들어 연결시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분리와 합체가 자유자재로 가능했다.
이런 능력자의 종이로봇은 대부도에 위치한 종이미술관에서 특별 전시가 됐을 정도였다. 최재혁 종이미술관 대표는 그의 작품에 대해 “세계 최초로 종이를 가지고 로봇을 만든 분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창작성도 좋고 예술성이 있다. 작품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조형 작품이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어 스튜디오에 그가 만든 종이로봇이 등장했다. 큰 로봇들부터 작은 로봇, 심지어 색과 모양까지 가지각색인 로봇은 플라스틱이나 합금 등으로 만들어지는 로봇들과 견주어도 그 견고함은 전혀 손색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로봇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그의 종이로봇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의 능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공개했던 종이로봇은 예고에 불과했고, 이어 능력자는 성인 남성의 키와 비슷한 크기의 대형 로봇이 스튜디오에 등장했다. 좌중을 압도하는 스케일에 모두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게다가 능력자는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이름과 스토리를 부여해 종이로봇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었다. 이렇게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을 가진 그는 깐깐한 덕후 판정단의 마음을 움직였고, ‘능력자들’ 사상 최다 득표인 46표를 기록하며 덕후 생활 장려금을 획득했다.
로봇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스스로 로봇 만들기에 나선 그는 어느새 인간문화재급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만한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열중하며 오로지 한 길을 걸어 덕후들도 인정하는 덕후의 경지에 오른 능력자. 그의 능력은 박수 받아 마땅했다.
한편 ‘능력자들’은 취미와 즐길 거리가 사라져 삭막해진 대한민국의 숨은 능력자들을 찾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된다. / nim0821@osen.co.kr
[사진] ‘능력자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