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히말라야'에는 CG가 없다?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12.12 10: 32

영화 '히말라야'(이석훈 감독)는 작품의 공개 전 이미 실화로, 다큐멘터리로 알려진 내용을 극화했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죽은 대원의 시신을 찾으러 가는 엄홍길 대장의 스토리는 그 자체로도 감동을 줄만한 힘을 갖고 있다는 평이 대체적이었지만, 이미 결말이 있는 이야기를 다시 만드는 것에 어떤 매력이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히말라야'는 관객들에게 영화적으로 극대화된 경험을 안겨주며 그 나름의 의미를 찾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CG의 의존도가 높은 설산이다.
'히말라야'를 보고나면 보는 이들의 눈물을 빼는 배우들의 연기만큼 큰 잔상을 남기는 것이 하얗고 차가운 설산이다. 설산이 만든 잔상은 마치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를 보고 난 뒤 남는 묘한 여운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시각적인 요소가 영화가 만들어 내는 드라마와 어울려 남다른 개성을 부여한 셈이다.

이석훈 감독은 이 히말라야 설산을 완성하기 위해 국내 CG업체와 함께 다각도의 노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촬영지는 강원도 영월과 경기도 양주 채석장. 그 뿐만 아니라 '히말라야' 팀은 실감나는 장면을 위해 프랑스 몽블랑과 네팔 히말라야를 직접 찾아 촬영을 했으며, 다양한 소스로 CG의 기술력을 덧입혀 영화 속 실감나는 장면들을 완성했다. 배우들의 네팔 촬영 고생담은 이미 예고편으로도 알려진 바 있다.
'히말라야'는 실감나는 설산의 재현으로 영화만의 매력을 얻었다. 물론 관객들은 엄홍길 역을 맡은 황정민과 박무택 역을 맡은 정우를 비롯, 조성하, 김원해, 라미란, 전배수, 이해영 등 명품 배우 군단이 만들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갖고 극장을 찾는다.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첫번째고, CG는 그야말로 '거들 뿐'이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고 난 후 다큐멘터리나 이야기를 들은 것과는 또 다른 여운을 가질 수 있는 것은 CG로 완성된 설산의 존재감 때문이다.
영화가 다른 매체와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체험'이다. 관객들은 2시간 동안 오로지 스크린에만 집중해 일상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을 한다. 그 경험은 배우들의 연기나 실감나는 배경 등이 뒤섞여 구성한 상황을 통해 이뤄지는데 스크린X와 3D 등 영상구현기술이 발달한 요즘에는 후자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 이른바 '체험형' 영화라 불리는 작품들이 그렇다. '히말라야'는 물론 감동적인 휴먼드라마지만, 실감나는 설산 배경은 영화에의 몰입에 큰 도움을 준다. 이는 한국 영화가 이뤄낸 하나의 성취다.
한편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엄홍길 대장과 휴먼 원정대의 가슴 뜨거운 도전을 그린 작품으로 오는 16일 개봉한다. /eujenej@osen.co.kr
[사진] '히말라야'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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