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비는 여전히 강렬했다. 그리고 감미로웠다. 최근 공개 연인인 배우 김태희와의 연이은 결혼설에 시달린 비. 4년 만에 개최하는 서울 콘서트는 비를 따라다니는 '김태희 남친'이라는 꼬리표를 잊게 만들기 충분한 강렬함이었다.
비는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단독콘서트 'THE SQUALL Rain in SEOUL'을 개최했다. 지난 11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3일간 총 1만 5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날 비는 오프닝 무대를 마친 후, "함성소리가 왜 이렇게 작아요? 안경 벗지 말아요? 두고 보겠어. 계속 이렇게 작을 거예요?"라고 팬들에게 장난스럽게 인사를 전했다. 이어 "두 번째 월드투어 서울이다. 월드투어로는 8년만이다. 한 달 전부터 중국에서 먼저 시작했는데 많은 분들이 와줘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오래 기다렸고 여러분 만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또 비는 "공연 제목이 '몰아치다', '폭풍우'라는 뜻인데, 여러분에게 이제 몰아치겠다는 그런 의미다. 조금 더 알차고 재미있게, 그리고 안전하게 그런 투어를 시작하려고 한다. 많이 기대해 달라"라며 "한국 공연이 원래 예정돼 있지 않았다. 사실 한국을 시작으로 잘되길 시작했는데 그래도 여러분에게 인사를 드리는 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래서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급하게 잡았다"라고 말했다.
공연 후반부 비는 댄스가수로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비는 "2006년 월드투어할 때랑 2015년 월드투어할 떄랑 다른 것은 10년이 지났다. 참 감회가 새로운 것 같다. 어떤 분은 한 아이의 어머니로, 초등학교 때 좋아해서 대학생으로. 어째든 감회가 새롭다. 늘 무대 한 번 한 번을 할 때마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내년에 서른다섯이다. 앞으로 한 2~3년은 더 해먹고. 댄스 가수로서는 물론 몸 관리를 잘해서 오래해도 괜찮지만, 가장 몸이 좋을 때, 박수칠 때 떠나야하는 게 아닌가. 그렇다고 안 한다고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가장 좋을 때 떠나야하지 않을까. 이제 댄스 가수말고 아주 발라드나 그런 걸로. 관리하는 게 너무 힘들다. 어째든 나는 내 몸이 전성기일 때까지만 보여드리고. 아직 꽤 많이 남았잖아요?"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공연에서 비는 'It's Raining'을 시작으로, 'I'm Coming', 'Hip Song', '러브스토리', '악수', '내가 누웠던 침대', '온리 유', '원', '태양을 피하는 방법', '나쁜남자', '난', '안녕이란 말대신', 'WIth U', 'YOU', 'LA SONG', '널 붙잡을 노래', 'I DO', '사랑해', 30 Sexy', 'Rainism' 등 앵콜곡까지 총 24곡의 무대를 꾸몄다. 화려하고 강렬한, 파워풀한 무대와 비만의 감성을 담은 발라드까지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했다.
비 공연의 하이라이트이자 트레이드마크인 '비 내리는 효과'를 이번 서울 공연에서는 그동안 보여준 무대 그 이상의 스케일로 무대 전체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초대형 waterfall 무대 장치를 설치했다. 또 가로 40미터가 넘는 스크린을 설치, 아이맥스 영화관을 압도하는 스케일의 공연을 완성했다. 비만의 퍼포먼스를 빛내 줄 다양하고 화려한 특수효과와 키네시스 시스템을 이용한 LED 영상 무빙을 통해 지난 공연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비주얼을 선사했다.
비는 그만의 감성 발라드와 무대를 꽉 채우는 강렬한 퍼포먼스, 어릴 적부터 좋아하고 즐겨 부르던 노래이자, 스승인 박진영이 작사, 작곡한 김조한의 '사랑해요'를 직접 불렀다. 또 콘서트 당일이 생일인 팬을 위해 직접 생일축하 곡을 선물로 불러주고, 고마운 패들에게 연말을 맞아 직접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는 등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난'의 퍼포먼스. 빗속에서 상의 탈의를 하면서 팬들의 함성은 더욱 커졌고, 비만의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퍼포먼스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치지 않고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파워풀하면서도 섹시한 에너지를 방출한 그다. 오랜만의 무대에 팬들의 기다림과 설렘을 채우기 충분했다.
또 비는 여유롭게 무대를 꾸미면서 팬들과 친근하게 소통하기도 했다. 함께 뛰고 놀 수 있는 무대를 준비했고, 팬들을 세심하게 살피면서 함께 공연을 만들어갔다. 해외 팬들까지 비와 함께 즐기며 호응할 수 있는 무대였다.
비는 지난해 1월 발표한 정규6집 'RAIN EFFECT' 이후 드라마와 중국 활동에 집중했기 때문에 '가수' 비의 모습을 오랜만에 볼 수 있어 더욱 의미가 큰 무대였다. 비 역시 오래 기다린 한국 팬들을 위해 없었던 계획에 없던 한국 콘서트를 급하게 잡았을 정도로 팬들과 비 모두에게 큰 의미의 공연이 됐다.
특히 비는 이날 내년 컴백을 예고해 눈길을 끌었다. 비는 "내년에는 앨범과 드라마, 영화 이렇게 세 개합니다. 콘서트는 내년에 여름까지 미국 투어가 잡혀 있다. 아마 그게 끝나야 새로운 투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면서, "이번 앨범은 사실, 한 번도 여러분과 함께 놀 수 있는 곡을 만들지 않았더라. 같이 뛰어놀 곡이 필요했다. 그래서 '라송'을 만들었고, 어째든 사랑을 받고 나오자마자 1등도 해보고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비다운 곡으로 나와야겠다. 내 몸이 조금 더 성할 때, 사실 지금도 무릎이 아린다. 이번 앨범은 가장 비다운 곡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비는 "첫 번째 곡은 여러 분도 놀랄만한 아티스트와 작업할 예정이다. 두 번째 곡은 정말 비다운 곡. 무대를 정말 때려 부수는 곡을 할 것 같다. 나머지는 덤이다. 앨범을 정말 요즘에 가면 갈수록 더욱 더 열과 성을 다해서 앨범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비는 "드라마, 영화, 앨범 뭐가 될 지모르겠지만,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좋은 작품을 만들어주겠다. 완성도 높은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조금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달이나 다다음달, 내년으로 넘어갈 것 같다. 드라마도 3~4월, 혹은 넘어갈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표현했다. 비는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지치고 힘들어도 행복한 순간을 위해서, 무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감사하다. 굉장히 소중한 친구 같다. 늘 힘이 되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든다. 나와 함께 길을 걷고, 소통을 하고 즐거웠으면 좋겠다"라고 인사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직접 작사, 작곡한 곡 '사랑해'를 팬들을 위해 열창했다.
이번 월드투어 서울 공연은 데뷔 17년차가 되는 비에게는 더 의미가 깊은 공연이다. 비는 그동안 여러 번의 월드투어를 통해 쌓아온 기량으로 이번 콘서트를 가득 채울 예정이다. 4년 만에 개최되는 서울 공연인 만큼 더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무대로 게스트 없이 2시간 반 동안 홀로 공연을 채운다.
지난달 7일부터 시작된 이번 투어는 중국 후난성창사에 첫 공연, 8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서울 공연을 마친 후 일본, 태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뿐만 아니라 호주, 미주로도 이어진다. /seon@osen.co.kr
[사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