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충격’ 반전이다. 김현주가 기억을 되찾을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했지만, 4년 간의 기억을 다시 잃어버릴 것이라는 건 상상 해본 적 없는 일이다. 게다가 예전보다 더 독해진 느낌이다. 사랑했던 기억 대신 증오심만 가득한 김현주의 복수가 시작됐다.
지난 12일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 29회에서 도해강(김현주 분)은 4년 전 최진언(지진희 분)와 강설리(박한별 분)의 불륜을 기억해냈다. 딸 은솔이 죽은 뒤 감정의 골이 깊어졌던 해강과 진언은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됐었는데, 해강은 이 때 진언이 자신에게 했던 모진 말과 행동을 모두 떠올렸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됐던 바, 과연 해강이 진언의 과거를 모두 용서하고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 지가 궁금증으로 남아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펼쳐졌다. 해강이 4년 간의 기억을 모두 잊고, 과거 차갑고 냉혹했던 천년제약 도상무로 돌아간 것. 도해강의 2차 기억상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충격 전개로, 방송을 접한 시청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물론 해강이 천년제약의 비리를 밝혀내기 위해 일부러 기억을 잊은 척 연기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상당하지만, 이 역시도 예상 범주를 넘어선 전개라며 감탄을 연발했다. 뻔한 소재도 특별하게 만들 줄 아는 배유미 작가의 남다른 필력이 이번에도 통했다는 뜻이다.
이날 해강은 진언에게 “개자식”, “내 이름 부르지마”라고 일갈하고는 그를 외면했다. 그리고 친모 규남(김청 분)으로부터 4년 간 있었던 일을 모두 전해 들었다. 그럼에도 어떤 동요도 보이지 않던 해강은 다시 찾아와 “우리 다시 만나서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는 진언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너를 다시 사랑한 기억이 없다. 남아있는 건 증오뿐이다”라고 분노했다. 하루 아침에 사랑이 증오로 변해버린 해강에 진언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진언만큼 절망적인 사람은 백석(이규한 분)이었다. 떠나버린 사랑 때문에 후회하던 백석은 자신과 함께 했던 4년을 모두 잊은 해강에 가슴 아픈 오열을 했다.
그리고 해강은 진언에게 백석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는 “나 다시 살고 싶다”며 “내 인생에서 최진언 당신 치워줘”라고 말했다. 이 “치워줘”는 4년 전 진언이 자신의 아버지 만호(독고영재 분) 앞에 무릎을 꿇고서 했던 말로, 당시 해강은 큰 충격을 받고는 이혼 서류에 지장을 찍고 말았다. 그 때 받았던 상처를 4년 뒤 고스란히 진언에게 돌려주게 된 것.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천년제약으로 돌아오게 된 해강은 자신에게 상처를 준 두 사람, 진언과 해강에게 비수가 되는 말들을 내뱉을 것으로 예고됐는데, 이 때 김현주는 더 살벌해진 표정과 말투, 눈빛으로 모든 이들을 압도했다. 날카롭고 강렬한 대사들을 쉴 새 없이 뱉어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김현주는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카리스마를 내보여 감탄을 자아냈다. 지금껏 1인 3역에 가까운 명연기를 펼쳐왔던 김현주의 놀라운 연기력을 다시 제대로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한편 ‘애인있어요’ 기억을 잃은 여자가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와 절망의 끝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한 극과 극 쌍둥이 자매의 파란만장 인생 리셋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parkjy@osen.co.kr
[사진] ‘애인있어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