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응답하라 1988'(신원호 연출, 이우정 극본)이 이전 시리즈와 다른 점 하나를 꼽자면 우정의 강화다. 즉 사랑만큼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 우정이다.
'응답하라 1988'의 3각 관계는 전보다 찌르르하다. 본격 삼각 러브라인에 돌입한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들에게는 여러 단계의 입체적인 감정들이 오고간다. 특히 다른 점은 여주인공 덕선(혜리)과 누가 이어지느냐와 마찬가지로 남자주인공들의 관계가 어찌될까란 궁금증이다.
정환(류준열)은 택(박보검)이 덕선(다른 이름 수연, 혜리)을 이성으로 진지하게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있는 상황. 여러 차례 덕선을 향한 마음을 차근차근 보여 왔던 택이 혜리를 좋아한다고 친구들 앞에서 공식(?) 발표를 해 정환은 충격을 받았던 터다.
'응답하라 1994'에서 "끝날 때 까지 끝난게 아니"라며 팽팽한 사랑 대결 구도를 이뤘던 쓰레기(정우)와 칠봉이(유연석)와는 사뭇 다른 관계다. 정환과 택은 그 나름대로 일종의 러브라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브로맨스'가 이 드라마에서는 중요하다. 이번 시리즈의 주제는 가족이기 때문. 엄마가 없는 택에게는 친구들이 가족과 같다. 실제로 정환과 혜리의 애정 못지 않게 돋보이는 것이 택을 향한 정환과 혜리의 우정이다. 보라(류혜영)가 윽박지를 때도 "우리 택이에게는 그러지 말라"며 다른 친구들이 나서 보호해줄 정도로 택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남다른 위치에 있다.
정환에게 택은 선우(고경표)와는 또 다르다. 선우에게 남자 대 남자로서 짱짱한 질투를 느꼈다면 택에게는 지켜주고 싶은 부성애 같은, 보다 아련한 브로맨스를 지니고 있다.
12일 방송에서 제작진이 힘을 준 장면은 택에게 복잡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정환이 밤새 바둑을 두다 앉아서 골아 떨어진 택의 이부자리를 정리해 주는 것이었다.
정환은 이 지점에서 확실히 '멋진 남자' 캐릭터다. 친구를 위해 자신의 마음을 절제할 줄 아는 남자 캐릭터란 모름지기 여심을 흔들기 마련이다.
더불어 앞에서 '여주인공 덕선과 누가 이어지느냐와 마찬가지로 남자주인공들의 관계가 어찌될까란 궁금증'이 이번 시리즈의 관전 포인트라고 말한 것에는 택과 선우의 관계도 포함된다. 선우의 엄마 선영와 택이 아버지(최무성)의 결합 여부는 이들의 앞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택은 정환과 선우에게 둘 다 우정의 변주 가능성을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그만큼 택이 가진 이야기가 드라마틱하다.
다시 돌아가서, 애청자들에게는 택이가 슬픈 건 싫지만 정환이의 가슴앓이도 싫을 것이다. 그간 '응답하라' 시리즈를 만든 제작진의 패턴을 보면, 택이 실제 남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고 가다가 결국은 정환이가 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말이다. / nyc@osen.co.kr
[사진] tvN, '응답하라 1988'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