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연예산책] 갈수록 TV 시청률과 실제 시청자 반응 사이에 괴리가 커지고 있다. TV 콘텐트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모바일과 태블릿, 컴퓨터, IPTV, 케이블 등으로 다양하게 진화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방송국이 자체 편성을 통해 일방적으로 시청자에게 시간을 강요하는 시대도 지나간 지 오래다. 요즘은 엿장수 마음대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프로그램을 홀로 또는 여럿이 볼 수 있다. 또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 등의 집계 방식까지 달라서 기상청 일기예보만큼이나 그 정확도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단적인 예가 케이블 tVN의 '응답하라 1988'이다. KBS 2TV '1박2일'로 순간 시청률 60%의 신화를 썼던 '해피선데이' 팀, 이명한 제작에 신원호 연출 그리고 이우정 글로 만들어지는 드라마다. 줄인 말 '응칠'과 '응사'로 이어지는 '응답하라' 시리즈는 2000년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TV 콘텐트로 손꼽힌다. 서인국-정인지를 시작으로 정우-고아라-유연석을 거쳐 혜리-류준열-박보검-고경표-이동휘-류혜영 등 신데렐라 스타 탄생의 산지고 성지다. 성동일-이일화-라미란-최무성 등 '응팔'이 지상에서 천상으로 띄운 중견 연기자도 한 둘이 아니고.
그런 '응팔'의 시청률 조사기관 집계 성적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12일 방영된 12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편은 유료플랫폼 가구 평균 시청률 13.8%, 최고 시청률 15.2%를 기록하며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가구/전국 기준) 이는 지난 11화 평균 시청률 13.3% 보다 0.5% 포인트 상승한 기록이다. '응팔'은 1화부터 12화까지 단 한 화도 빠뜨리지 않고 남녀 10대부터 50대까지 동시간대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어떻게 봐도 대단한 성적이다. 이미 '응칠' 때부터 '응답하라'의 케이블 시청률은 사실상 지상파 TV 집계의 더블 스코어로 봐야한다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나왔을 정도니까. 그냥 15.2%만 갖고도 요즘 지상파 TV 드라마 미니시리즈 기준으로는 대박이다. 그런데 여기에 곱하기 2를 한다면?
주변 정황들을 갖고도 집계와 현실 사이의 냉온탕 차이를 절감할 수 있다. 먼저 CF. 광고업계만큼 스타의 인기도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측정하고 반영하는 곳은 세상에 아직 없다. tVN은 '응팔' 본방과 재방 시간대 광고들을 일찌감치 완판했다.
'응팔' 방영 앞 중간 뒤의 광고들은 아예 대놓고 '응팔'을 패러디하며 철저히 '응팔'용으로 만들어진 CF임을 과시하고 있다.
주연급들의 CF 출연 빈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중이다. 걸스데이 소속사 한 관계자는 "혜리가 MBC '진짜 사나이' 출연으로 인기를 끌면서 CF가 확 늘었다가 슬슬 주는 추세였다. 그런데 '응팔' 캐스팅이 확정된 이후로 다시 섭외가 쏟아지는데 정말 엄청나더라"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른 신진 스타들도 다를 게 없다. 특A급 톱스타들의 경연장인 통신과 전자, 화장품, 식음료광고 섭외가 '응팔' 출연진을 잡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음은 동네 아줌마들 사우나와 회사 사무실 커피 자판기, 그리고 소주 한 잔 술자리 앞 소식통이다. 세상의 온갖 뉴스와 소문이 집중되는 이 곳들에서 정치, 사회, 경제, 생활 이슈를 뚫고 늘 한 번씩 터져나오는 게 '응팔' 이야기다. 퇴근시간 대 서울 도심 교통을 적막하게 만들었다는 SBS '모래시계'에 못미칠지언정, '응팔' 신드롬도 2015년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응팔'에는 막장이 없다. 이전 세대를 향한 향수와 그리움, 그리고 사랑이 있을 뿐이다. 그래도 온 국민이 열광하고 있다. '응팔' 15%라는 시청률 집계가 "저거 진짜 맞아?"라고 화를 내게 할 정도로 말이다.[엔터테인먼트 국장]/mcgwire@osen.co.kr
[사진]'응답하라1988'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