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남’ 메이커다. 매 회 여심을 휩쓸고 있는 ‘어남류’와 ‘어남택’을 만들어낸 것은 다름 아닌 덕선(혜리)이다. 정환의 ‘츤데레’ 매력도, 심장을 ‘어택’하는 택의 미소도 모두 그가 이끌어낸 것이 아닌가. 동룡이의 차진 드립도 덕선과 투닥거릴 때 빛을 발하고, 눈치 없이 착한 선우의 순박함도 덕선과 대면할 때 극대화 된다.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덕선이 쌍문동 골목길 남자들과 만들어내는 호흡은 ‘캡’이다.
누구 하나 빼놓지 않고 조명을 받고 있지만, 혜리가 연기하는 성덕선은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좀 더 핵심적인 캐릭터다. 온갖 떡밥을 던지며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남편 찾기’의 주인공. 후보에 올라있는 정환(류준열 분), 택(박보검 분)과 강력한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극의 중심에 서 있다.
어디 이뿐인가. 넘치는 에너지와 활력으로 1988년 쌍문동 골목길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꾸밈없이 솔직한 성격 때문인지 ‘응팔’ 속 캐릭터들의 매력은 덕선과의 호흡에서 유독 풍성하게 살아난다. 결정적인 슈팅을 날리지는 않지만, 인물들의 강력한 한 방이 나올 수 있도록 어시스트를 제대로 하고 있는 셈이다.
최대 수혜자는 역시 덕선과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류준열(정환)과 박보검(택). 류준열은 매회 무서운 득점을 하고 있는 스트라이커다. 겉으로는 무심한 듯 퉁명스러우면서도 뒤로는 누구보다 덕선을 살뜰히 챙기는 정환을 맛깔나게 살려내며 여심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것. 박보검은 극의 후반부부터 살아났다. 보호본능을 일으키다가도 거침없이 마음을 표현하며 어느 순간 남자로 돌변하는 반전 매력으로 여성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사랑에 빠진 미소가 결정적인 포인트다.
혜리에게 감사할 일일테다. 두 남자의 매력을 배가시켜주는 덕선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해내고 있으니. 매 회 두 사람이 주목 받은 데에는 그의 역할이 컸다. 집중도 높은 연기력으로 드라마를 보는 여성들의 감정이입을 확실하게 돕고 있는 것. 푼수 같이 천진난만하다가도 어느 순간 다가오는 감정에 멍하게 얼어붙거나, 정지화면처럼 무언가를 생각하는 모습은 묘한 설렘을 제공한다.
혜리의 이 같은 활약은 일부 시청자들을 죄인으로 만든다. 앞서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 그의 연기력을 의심의 시선을 보냈던 이들은 아마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 테다. ‘얼마나 잘 하나 보자’는 식으로 가자미눈을 떴던 시청자들도 혜리의 활약에 울고 웃고 있다. 악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그만큼 덕선을 제대로 소화해내고 있는 것. 멜로 라인 형성, 코믹 연기와 슬랩스틱은 물론, 눈물 연기까지 디테일하게 표현해내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살려내고 있는데, 혜리가 아니면 누가 덕선을 연기했을까 싶을 정도다.
한편 ‘응팔’은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12일 방영된 12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편은 유료플랫폼 가구 평균 시청률 13.8%, 최고 시청률 15.2%를 기록하며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가구/전국 기준)./joonamana@osen.co.kr
[사진] 방송화면 캡처, tvN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