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복면가왕'은 나이, 신분, 직종을 가면 뒤에 숨긴 스타들이 목소리만으로 실력을 겨루는 미스터리 음악쇼다. 이 기획의도를 제대로 살린 이가 있었으니 전 축구 선수 이천수가 주인공이다.
13일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19대 가왕 타이틀을 놓고 1라운드 대결이 진행됐다. 채연, 강남, 윤한이 충격의 1라운드 탈락자로 밝혀진 가운데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와 김장군이 맞붙었다.
두 사람은 더블루의 '그대와 함께'로 남성미 가득한 무대를 완성했다. 두 복면가수의 터프한 사랑 고백에 객석은 술렁거렸다. 하지만 평가단의 마음은 김장군에게 더욱 쏠렸다. 투표 결과 19 대 80으로 김장군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쥐었다.
결국 소크라테스는 솔로곡으로 준비한 고 유재하의 '그대 내품에'를 부르며 한을 풀었다. 그리고는 뒤돌아서 가면을 벗었다. 그의 얼굴을 먼저 본 청중평가단은 화들짝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가면 속에서 내비친 얼굴은 전 축구 선수 이천수였다.
가면을 벗고 노래를 마저 부르는 그를 보며 많은 이들이 경악했다. 그 정도로 이천수는 의외의 주인공이었다. 지난달 축구 선수 은퇴를 선언한 그는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복면가왕'을 선택, 특별한 도전에 나섰다.
그는 "그동안 운동하면서 제게 여러 사건사고가 있었다. 운동보다도 악동 이미지가 커져버렸다. 운동을 그만둘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축구 역시 가면을 쓰고 하고 싶었다. 축구는 자신 있었는데 편견보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다"고 뭉클한 속내를 밝혔다.
이천수를 '복면가왕' 무대에 세운 건 딸의 힘이 컸다. 그는 "딸 주은이가 아빠 얼굴을 안다. TV에서 아빠를 보면 좋아할 것 같아서 추억을 선물하려고 나왔다"며 "주은아 아빠가 이제 선수 은퇴를 해서 운동장에 있는 걸 보여 주지 못할 거 같아. 다른 모습으로 주은이에게 많은 추억과 사랑을 줄게"라고 감동의 메시지를 선사했다.
비록 "다시는 노래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 이천수였지만 그의 진심은 오롯이 보는 이들에게 전달됐다. 그라운드 위 '악동'으로 기억되기보다는 가족과 자신을 위해 힘차게 제2의 삶을 선택한 그에게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comet568@osen.co.kr
[사진] '복면가왕'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