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갓현주’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김현주는 ‘애인있어요’에서 매회 물오른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기고 있다. 특히 30회 엔딩에서 그려진 김현주의 안타까운 반전은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지난 13일 오후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 30회에서는 해강(김현주 분)에게 끝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진언(지진희 분)과 그런 그를 밀어내는 해강의 모습이 그려졌다.
사실 해강이 실제로 기억을 잃은 것이 아니라, 진언을 위해 기억을 잃은 척 하고 있다는 것은 시청자들 역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극에 온전히 몰입하며 볼 수 있었던 데에는 김현주의 연기가 큰 몫을 했다.
해강은 지난 29회를 기점으로 사고 이후 4년 동안의 기억을 잃고 예전의 차가웠던 모습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이를 연기하는 김현주는 4년 전 도해강, 독고용기로 살아온 도해강, 기억을 잃은 척 하는 도해강, 그리고 그의 쌍둥이 동생 독고용기까지 무려 1인 4역을 맡게 됐다.
그럼에도 전혀 어색함 없이 오히려 네 역할이 모두 다른 사람인 것처럼 소화하는 김현주의 연기는 모두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특히 그는 자신을 찾아와 무릎 꿇고 용서를 비는 진언에게는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을 감추고 “이미 늦었다”고 내치고, 백석(이규한 분)에게는 “날 버려달라”고 독설하며 따뜻했던 도해강의 모습을 완전히 지워냈다.
또한 자신을 이토록 아프게 만든 설리(박한별 분)에게는 “4년 동안 뭐 했니. 뺏어가서 뭐 했냐고 왜 아직도 그 남자가 나한테 와서 사랑을 구걸하냐고”라며 “너 가져. 너한테 버릴게. 와서 주워가라고. 내 눈에 안 띄게 치워. 난 빠질게”라며 그에게 받았던 상처 그 이상을 되갚아주며 짜릿함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 모두는 자신을, 가족을, 그리고 진언을 지키기 위한 연극이었다. 해강은 자신이 기억을 잃기 전 좋아했던 시를 읊는 백석을 보고는 이어 시를 읊으며 그가 기억을 잃은 것이 아님을 알렸다. 그리고 “이제라도 내가 내 인생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내가 저지른 악들을 하나씩 씻어낼 수 있도록, 불쌍한 내 동생 지킬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남자랑 이별할 수 있도록 제발 나 좀 도와줘”라며 눈물 흘렸다. 이어 앞서 진언에게 독하게 굴었던 해강이 뒤를 돌아 마음을 다잡는 모습이 공개되며 그에 대한 안타까움 역시 커졌다.
이처럼 김현주는 예상 가능한 내용마저 예상을 뛰어넘는 연기로 풀어내며 극을 ‘하드캐리’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상대 배우인 지진희 역시 “완벽한 캐스팅”이라며 극찬한 바 있다. 어떤 수식어로 표현해도 성에 차지 않는 김현주의 진짜 연기는 이제부터다.
과연 기억을 잃은 척 연기하고 있는 해강의 거짓말은 끝까지 들키지 않을 수 있을지 또한 진언을 향한 여전한 사랑을 계속 감출 수 있을지, 앞으로의 전개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애인있어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