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엄마' 박영규의 생활연기, 중년 로맨스 살렸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12.14 06: 55

 '엄마' 박영규가 차화연과 사랑의 순간을 실감나게 연기해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하고 있다. 드라마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젠 두 사람이 재혼하느냐 마느냐가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는데 박영규의 명연기로 중년의 로맨스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60대를 바라보는 중년 남녀의 사랑은 불륜으로 오해 받아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데, 박영규와 차화연이 불쾌하게 몰고 가지 않고 캐릭터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중년의 재혼으로 인해 자식들과 갈등이 생길만한 우울한 상황을 무겁지 않게, 애틋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엄마'(극본 김정수, 연출 오경훈) 30회에서 엄회장(박영규 분)과 윤정애(차화연 분)가 가족들 몰래 데이트를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엄회장은 며느리의 반대를 무릅쓰고, 침대 안에 베개를 자신으로 위장해 윤정애를 만났다.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운전기사 허부장(이문식 분)을 해고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놨음에도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사랑의 힘은 컸다.

엄회장은 윤정애를 조수석에 태우고 교외 드라이브를 나갔다. 그러면서 정애에게 운전을 가르쳐주겠다고 약속했다. 기름이 떨어진 차에서 엄회장은 보험회사에 전화하지 않고 낭만을 즐겼다. 밖으로 나와 불을 피우고 윤여사와 이야기꽃을 피운 엄회장.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박영규가 연기하는 엄회장은 아들, 며느리 내외와 다투면서도 가장의 권위를 잃지 않고 있다. 자식들을 다 키우고 환갑을 바라보는 중년 남성이 여성의 아픔을 감싸주고, 새로운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고리로 재혼이 묘사되고 있다. 최근 이혼율과 재혼율이 비례하는 가운데 드라마가 사회현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현실의 창으로서 기능을 엿보게 했다.
박영규는 '엄마'의 촬영장 분위기를 책임지는 에너자이저로 통한다. 대선배임에도 막내에 이르는 후배 배우들까지 일일이 챙기며 웃음을 담당하는 것. 그는 이 드라마에서 '사랑꾼'으로 불러도 좋을 만큼 열성적이고 가슴 따뜻한 면모로 인기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고집스럽고 무뚝뚝한 엄회장의 성격을 특유의 억양에 담아 강한 개성미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박영규의 이 같은 연기는 30여 년간 갈고닦은 기량이 바닥에 깔려 있어서 인물 묘사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지난 10일 열린 '엄마' 기자간담회에서 "멜로 감정을 늘 온에어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라며 늘 연기 열정을 유지해야 하는 점을 연기의 제1신조로 삼고 있음을 밝혔다.
지난 1998년 시트콤 '순풍산부인과'를 통해서 눈에 띄는 연기자로 각광을 받은 그는 "생활과 동떨어진 연기는 리얼리티를 살릴 수 없다"고 말한다. 중후한 신사 엄회장을 가벼우면서도 수다스런 이미지를 강조하며 캐릭터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박영규가 그릴 엄회장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purplish@osen.co.kr
[사진]'엄마'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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