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복면가왕' 이천수의 떨리는 진심, 느끼셨나요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5.12.14 08: 37

축구장에선 '악동'으로 불리던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선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는 최선을 다해 노래했고 시청자들에게 진심을 내비쳤다. 자신을 '전 축구 선수'라고 소개한 이천수가 제2의 삶을 시작했다.
13일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19대 가왕 타이틀을 놓고 1라운드 대결이 진행됐다. 채연, 강남, 윤한이 충격의 1라운드 탈락자로 밝혀진 가운데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와 김장군이 맞붙었다. 
두 사람은 더 블루의 '그대와 함께'로 남성미 가득한 합창을 선사했다. 두 복면가수의 터프한 사랑 고백에 객석 여심은 술렁거렸다. 하지만 평가단의 마음은 김장군에게 더욱 쏠렸다. 투표 결과 19 대 80. 김장군이 압도적인 승리를 따냈고 소크라테스는 고개를 숙였다.  

소크라테스는 솔로곡으로 준비한 고 유재하의 '그대 내품에'를 부르며 가면을 벗었다. 그의 얼굴을 먼저 본 객석 평가단들은 크게 술렁거렸다. 놀란 나머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이가 많았을 정도. 그도 그럴 것이 소크라테스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천수였다.
'복면가왕'은 나이, 신분, 직종을 가면 뒤에 숨긴 스타들이 목소리만으로 실력을 겨루는 미스터리 음악쇼다. 이천수는 제작진의 기획의도에 딱 알맞은 섭외였다. 그 역시 이런 포맷이기에 은퇴 후 첫 행보로 '복면가왕'을 선택했을 터.
이천수는 "그동안 운동하면서 제게 여러 사건사고가 있었다. 운동보다도 악동 이미지가 커져버렸다. 운동을 그만둘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축구 역시 가면을 쓰고 하고 싶었다. 축구는 자신 있었는데 편견보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다"고 숨겨둔 속내를 털어놨다.  
이천수는 축구 국가 대표 공격수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08년 수원 삼성 임대 선수 시절 동료를 폭행해 첫 번째 임의탈퇴를 당했고 전남 드래곤즈로 재임대됐을 땐 심판 및 코치진과 부딪히며 다시 한번 임의탈퇴됐다. 
술집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입건이나 피소되기도 수 차례. 2007년 말 술집 여성을 때렸다가 고소인 취하로 넘어간 일을 비롯해 2013년 술집에서 폭행시비를 일으키고 이를 거짓 해명했다가 들통난 사건은 사회적으로도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운아'로 불렸던 이천수는 지난달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은퇴 기자회견에서 그는 "내려놓으니 시원섭섭하다. 한편으로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제2의 인생이 부담된다. 조금이나마 박수 받을 때 내려놓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런 이천수를 '복면가왕' 무대에 세운 건 딸의 힘이 컸다. 그는 "딸 주은이가 아빠 얼굴을 안다. TV에서 아빠를 보면 좋아할 것 같아서 추억을 선물하려고 나왔다"며 "주은아 아빠가 이제 선수 은퇴를 해서 운동장에 있는 걸 보여 주지 못할 거 같아. 다른 모습으로 주은이에게 많은 추억과 사랑을 줄게"라고 감동의 메시지를 전했다.
'축구 천재', '그라운드의 악동'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한 이천수다. 평범한 가정의 가장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그다. 떨리는 그의 진심은 오롯이 보는 이들에게 전달됐다. 안방 시청자들도 그의 또 다른 행보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comet568@osen.co.kr
[사진] OSEN DB, '복면가왕'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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