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채연의 '둘이서'를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나~ 나나나, 난난나나나나 쏴" 간주가 들리면 절로 몸이 반응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 곡 외에도 '위험한 연출', '흔들려' 등으로 채연은 '섹시퀸' 자리를 탄탄하게 다졌다.
그랬던 그가 오랜만에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 섰다. 13일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에 출연한 것. 이날 19대 가왕 타이틀을 놓고 1라운드 대결이 진행됐는데 채연은 공작부인이라는 닉네임으로 아프로디테와 맞붙었다.
두 사람은 이소라의 '청혼'을 선곡해 우아하게 목소리를 맞췄다. 투표 결과 공작부인이 졌고 그는 '세월이 가면'을 솔로곡으로 부르며 가면을 벗었다. 객석에선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고 그는 바로 13년 차 가수 채연이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채연이 철저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숨겼기 때문. 그는 "웬만한 노래를 불러도 제 목소리인 게 티가 나서 연습을 많이 했다. 노래를 부른다는 것 자체도 좋지만 복면을 쓴 상태에서 보컬로 평가받고 싶었다"고 속내를 밝혔다.
앞서 그의 노래를 들은 연예인 평가단은 걸그룹 멤버들 가운데 한 명으로 예상했다. 고운 목소리에 매끈한 몸매가 잘 관리받은 티가 난 이유에서다. 하지만 주인공은 데뷔 13년 차 채연이었으니 모두가 놀랄 수밖에.
한국과 중국을 사로잡은 '섹시퀸' 채연이지만 남모를 고통이 많았다. 섹시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탓에 팬들은 그에게 귀가 아닌 눈이 즐거운 무대를 요구했다. 보컬로 인정받고 싶던 채연에게는 상처가 되는 일들이었다.
채연은 "데뷔 때부터 섹시 이미지랑 노출 콘셉트가 강해서 나름 라이브를 고수했는데 립싱크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게다가 한국에선 노래를 부를 기회가 많이 없어서 안타까웠다. 그래서인지 오늘 정말 감동적이다"며 결국 눈물을 흘렸다.
섹시 여가수의 딜레마를 채연은 오롯이 겪고 있었다. 그가 과거 불렀던 발라드곡 '한 사람'을 들으면 목소리의 힘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이제 많은 이들이 그의 보컬에 담긴 진심을 알게 됐다. 앞으로 더욱 힘차게 노래할 채연을 기대해 본다. /comet568@osen.co.kr
[사진] '복면가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