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가 가득한 복수녀.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 연출 최문석)의 주연을 맡은 배우 김현주에게서 복수심에 불타는 한 여자의 가슴 아픈 심정이 느껴진다. 어딘가 모르게 묻어나오는 애절하고 절박한 심경이 맑은 눈빛 속에 녹아 들어있다. 혼자서 4인 분량을 소화해내는 그녀의 연기 카리스마가 단단하고 묵직하다.
'애인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한 여자가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 더불어 절망의 끝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한 쌍둥이 자매의 파란만장 인생 스토리를 그린다.
김현주는 쌍둥이 도해강과 독고용기를 연기하는데, 해강이 사고 이후 4년 동안의 기억을 잃고 예전의 차가웠던 모습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이를 연기하는 김현주는 4년 전 도해강, 독고용기로 살아온 도해강, 기억을 잃은 척 하는 도해강, 그리고 쌍둥이 동생 독고용기까지 무려 1인 4역을 맡게 된 셈이다.
지난 13일 방송된 '애인있어요' 30회에서 해강(김현주 분)에게 끝 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진언(지진희 분)과 그를 밀어내는 해강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해강이 실제로 기억을 잃은 것이 아니라 진언을 위해 기억을 잃은 척 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물론 시청자들 역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대반전을 주며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김현주의 안정된 연기가 극에 몰입하며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럼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되레 네 명이 모두 다른 사람인 것처럼 소화해내는 김현주의 연기는 모두를 감탄하게 만들 정도다. 특히 자신을 찾아와 무릎 꿇고 용서를 비는 진언에게는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을 감추며 백석(이규한 분)에게는 날 버려달라고 독설하며 따뜻했던 도해강의 모습을 완전히 지워냈다.
김현주는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여배우다. 한 가지 이미지에만 가두기엔 이미 보여준 스펙트럼이 너무나 넓다.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단순한 다혈질에 쿨한 성격을 가진 한정원부터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에선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악녀 소용 조씨 역할은 또 하나의 의외성을 추가했다.
지난해 방송된 '가족끼리 왜이래'에서는 차씨 집안의 장녀 역할로 유동근과 코믹한 모습을, 김상경과 풋풋한 로맨스를 살려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데뷔 이후 지상파 3사 연기대상에서 우수상, 최우수 연기상 등을 수차례 수상하며 연기력을 입증받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김현주의 연기변신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