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라이트] '어린왕자', 우리는 모두 어린 소녀였다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5.12.14 15: 09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소녀는 망설인다. 꿈꾸던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 마지막 인터뷰를 진행 중이었다. 엄마가 알려줬던 예상 질문이 아니었다. 그래서 엉뚱한 대답을 내놓게 된다. 엄마가 알려준 예상 답안 그대로. 소녀에게 꿈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의 문제가 아니고, 엄마가 원했던 삶인 명문학교에 입학해 성공한 삶은 사는 것이다. 소녀는 결국 인터뷰를 망친다. 하지만 엄마는 포기하지 않는다. 딸을 성공한 어른으로 키우기 위해 차선책에 돌입한다. 명문학교 근처로 이사하는 것. 그렇게 소녀는 ‘이상한 어른’인 옆집 괴짜할아버지와 만나게 된다. 영화 ‘어린왕자’의 이야기다.
‘어린왕자’는 엄마의 인생계획표대로 살고 있는 어린 소녀가 이웃집 괴짜 조종사 할아버지의 이야기 속 어린왕자를 찾아 떠나는 감동적인 여정을 그린 작품.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아온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액자식 구성으로 원작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접목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어린왕자’ 이야기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소녀와 할아버지의 모험은 CG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그려내 원작의 동화 같은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우리의 눈에는 소녀를 둘러싸고 있는 어른들의 세계가 보다 더 이성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인다. 반면 괴짜 할아버지의 세계는 이상하기만 하다. 젊은 시절 사막에서 어린왕자를 만났다고 주장하고 언젠가 그를 만나기 위해 마당에 비행기를 마련해놓은 어른이 정상적으로 보이긴 힘들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그를 미친 취급한다.
유일하게 그의 말을 믿기 시작하는 건 어린 아이인 소녀뿐이다. 소녀가 어린왕자를 찾아 떠나는 과정은 동심을 찾아 떠나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소녀가 어른이 되길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말한다. 어른이 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린 시절을 잊는 게 문제라고. 소녀는 자신만의 장미 한 송이를 마음속에 담아두고 그 특별함과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 한다.
우리에게도 어린 소녀였을 때가 분명 있었다. 그때 보았던 세상, 그때 꿈꿨던 미래는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다. 영화는 목적 없이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과연 내가 소녀였을 때 꿨던 꿈은 무엇이었을까. 그때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가치들이 지금은 모두 아무 것도 아니게 된 것은 아닐까하고. 시간이 흐르고 전 세대를 아울러 읽히는 명작에는 이유가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어린왕자’는 차분히 ‘나’에 대해 생각하게 할 기회를 주는 소중한 영화다.
한편 ‘어린왕자’는 오는 23일 개봉한다. / besodam@osen.co.kr
[사진] '어린왕자'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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