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MC, 국민가수, 국민배우, 국민산악인 등 ‘국민’이라는 수식어는 아무에게나 붙이지 않는다. 전 국민을 대표할 만큼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급 수식어인 것. 특히 직업군을 대표해 ‘국민’이라는 호칭이 붙었다면 더더욱 무거운 말이다.
배우 중에서도 단순히 연기를 잘한다고 국민배우라는 호칭을 얻는 것이 아니다. 동종업계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건 물론이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만큼 국민배우는 대중이 인정해주는 훈장과도 같은 것이다. 전 세대를 아울러 생활에 녹아들고, 국민의 애환을 어루만질 줄 아는 이들만이 국민배우라는 호칭을 얻는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연기 인생을 시작한 황정민은 수많은 영화와 뮤지컬 등에 출연하며 20년이 넘는 세월을 국민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주며 살아왔다. 특히 올해 ‘국제시장’, ‘베테랑’을 연이어 천만영화로 흥행시키며 명실상부 국민배우로 떠올랐다.
그런 황정민이 영화 ‘히말라야’에서는 국민산악인 엄홍길 대장을 연기한다.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엄홍길 대장과 휴먼 원정대의 가슴 뜨거운 도전을 그린 작품. 이번에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이야기하며 관객의 눈시울을 붉힐 예정이다.
황정민은 영화 속 역할처럼 후배 배우들과 전 스태프들을 이끌었다. 덕분에 국내 영화인들이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장르였던 산악영화가 유쾌하고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황정민은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실제 촬영장에서도 엄홍길 같이 제일 큰 형이자 리더였다. 그런 게 저에게는 부담감이었던 것 같다. 원래 촬영이라고 하면 자신이 맡은 신을 연기하고 빠지고 하면 되는 건데 ‘히말라야’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게 아니었다. 다 같이 으쌰으쌰해서 찍어야 했다”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어쩔 땐 윽박지르기도 하고 사람들을 독려해야했다. 제가 제작자도 아니고 일개 배우일 뿐인데 단지 엄홍길 대장 역할을 맡았다는 그 책임감 하나로 밀고 나갔다”며 “촬영을 통해 엄대장님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조금씩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히말라야’에 이어 ‘검사외전’, ‘아수라’까지 히말라야 산봉우리처럼 개봉작이 줄줄이 남아 있다. 그는 “매작품이 산 넘어 산이고 작품에 대한 흥행은 관객의 몫”이라며 겸손함을 드러내는 한편, 소처럼 일하는 것과 관련해 “쉬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천만배우로 우뚝 선 이후에도 변함없는 열정과 겸손함이 그를 국민배우로 만든 것이 아닐까.
한편 '히말라야'는 오는 16일 개봉한다. / besodam@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