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 보이그룹은 누가 뭐래도 방탄소년단이다. '흙수저 아이돌'로 '대박' 신화를 쓰며 소녀 팬들을 단단히 사로잡고 있다. 이들의 인기 비결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자신들의 정체성을 노래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방탄소년단은 랩몬스터, 진, 슈가, 뷔, 제이홉, 지민, 정국으로 구성된 7인조 보이그룹이다. 각각 일산, 과천, 대구, 광주, 부산 등이 고향이다. 그야말로 전국 각지에서 재주 많은 일곱 청년들이 모여든 셈.
이들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으며 정체성을 오롯이 음악에 담고 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는데도 오히려 평범한 대한의 청년으로 소탈한 매력을 품고 있다.
이는 초심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데뷔 전 믹스테이프를 만들며 꿈을 향해 나아가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음악에 자신들의 고향 사투리가 담긴 랩을 포인트로 주로 사용한다.
데뷔 전부터 이들의 정체성 강조는 확실히 눈에 띄었다. 2011년 믹스테이프로 공개된 '팔도강산'에는 멤버들이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로 자신들의 고향 자랑을 늘어놓고 있다. 특히 전라도 사투리가 랩 가사에 쓰인 건 처음이라 당시 SBS 뉴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사투리 랩 사랑은 이후 앨범에도 계속됐다. 지난해 2월에 발매된 미니 앨범 '스쿨 러브 어페어'에 수록된 '어디에서 왔는지'는 대중적으로도 사랑을 받았다. 어반 힙합의 세련된 멜로디에 멤버들의 구수한 사투리가 더해져 색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가시나야 니는 어데서 왔노/ 까리뽕삼하네 지금 어데로 가노/ 니는 몇살이고? 니가 내보다 누나야가?/ 아 아이라꼬? 그캄 내가 마 오빠야네/ 얼굴이 조막디 해 까리하네/ 사라다같이 쌔그랍게 생기가꼬 쪼매 반반하네/ 밥 뭇나? 까대기 치는 거 아이다/ 커피나 한사바리 땡길까? 커피는 개안나?(슈가의 경상도 사투리 랩)"
"예쁜 눈 예쁜 코 아따 겁나게 이뻐잉/ 바라만 보고 있어도 그냥 내가 다 기뻐잉/ 아 근디 넌 어디서 왔가니 이쁘장하게 생겨가꼬/ 큐피트 화살로 내 맘을 콕 찍어잉/ 아따, 무튼 곱다 고와/ 넌 어느 남정네들이 봐도 허뻐 질러브러, 고함/ 누가 낚아채기 전에 얼른 들이대 손 봐브러야제/ 콱 그냥 내가 먼저 깨물어브러야제(제이홉의 전라도 사투리 랩)"
최근 앨범에도 방탄소년단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0시에 공개된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pt.2' 5번 트랙 'Ma city' 역시 고향에 대한 멤버들의 자부심이 사투리 랩으로 표현돼 있다. 이번에는 부산과 광주 외에 일산과 대구에 대한 애정도 담겨 있다.
"나 죽어도 말 못해/ 내게 억만 금을 주고 딴 데 살라고?/ ah no thanks/ 일산. 내가 죽어도 묻히고픈 곳/ It's the city of the flower, city of 몬/ 집 같던 라페스타 또 웨스턴돔/ 어린 시절 날 키워낸 후곡 학원촌 uh/ 세상에서 가장 조화로운 곳 uh/ 자연과 도시, 빌딩과 꽃 uh/ 한강보다 호수공원이 더 좋아 난(랩몬스터의 일산 관련 랩)"
"자 부산의 바다여/ Say la la la la la/ 푸른 하늘아래 this sky line/ Say la la la la la/ 아재들은 손을 들어/ 아지매도 손 흔들어/ Ma City로 와(지민, 뷔, 정국의 부산 관련 노래)"
"나 전라남도 광주 baby/ 내 발걸음이 산으로 간대도/ 무등산 정상에 매일 매일/ 내 삶은 뜨겁지, 남쪽의 열기/ 이열치열 법칙 포기란 없지/ 나 KIA넣고 시동 걸어 미친 듯이 bounce/ 오직 춤 하나로 가수란 큰 꿈을 키워/ 이젠 현실에서 음악과 무대 위에 뛰어/ 다 봤지 열정을 담았지/ 내 광주 호시기다 전국 팔도는 기어/ 날 볼라면 시간은 7시 모여 집합/ 모두다 눌러라 062-518(제이홉의 광주 관련 랩)"
특히 이 곡에서 제이홉은 5.18 민주화운동과 일베 사이트에 대한 시선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팬들은 이를 두고 "일베 사이트에서 광주를 비하할 때 지도상 위치 때문에 7시라고 부른다. 일베를 저격한 셈이다. 또 062-518은 광주광역시 지역번호와 5.18 민주화운동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랐지/ 수혈 받기엔 좀 힘들어 몸 속에는 파란 피/ 이 새끼는 매 앨범마다 대구 얘기를 해도/ 지겹지도 않나 봐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I’ma D boy 그래 난 D boy/ 솔직하게 말해 대구 자랑할 게 별 게 없어/ 내가 태어난 것 자체가 대구의 자랑 워/ 그래 아 그래/ 자랑할 게 없기에 자랑스러워 질 수 밖에 안 그래?/ Ayo 대구 출신 가장 성공한 놈이래/ 이런 소리를 들을 거야 잘 봐라 이젠/ 내가 대구의 자랑 새 시대 새로운 바람/ 대구의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슈가의 대구 관련 랩)
보면 볼수록 알차고 개념 있는 청년들이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이 절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러니 방탄소년단이 '대세'가 될 수밖에. 방탄소년단은 더욱 크게 성장할 대한의 건아들이다. /comet56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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