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나름의 고충이 있었나 보다. 방송인 전현무가 ‘국민비호감’ 타이틀로 겪었던 고충에 대해 털어놨다. 캐릭터가 굳어진 탓에 방송에서 더 밉상 짓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말은 조금 짠하게 들리기까지 했다.
그는 진정 비호감일까.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 데까지는 이 같은 캐릭터가 크게 한 몫 하긴 했지만, 지금의 그를 향한 대중의 감정은 ‘호감’에 가깝다. 아니, 그를 ‘국민비호감’이라고 부른 것 자체에 호감이 담겼을 테다. 그의 캐릭터가 진정으로 꼴 보기 싫었다면 그는 일찌감치 방송계를 떠났을 테니. 올해만 13개 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인기의 방증이다.
전현무는 지난 14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이날 주제로 호감과 비호감에 대한 생각과 국가별로 차이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에 그는 자신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국민비호감’이라는 타이틀에 대해 언급하고 그간의 심경들을 털어놨다.
그는 “방송을 할 때 ‘비호감’ 전현무로 나온다. 재미를 위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국민 비호감’이라는 타이틀이 대놓고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패널들은 그에게 기분이 나빴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기분 나빴다기보다 그렇게 규정을 하니까 더 비호감으로 행동해야할 것 같은, 더 꼴 보기 싫게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라면서 “뭔가 규정된 것 같은 느낌이다. 나도 진짜 내가 누군 지 모르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에 유세윤은 “요즘 비호감이란 말 자체도 정말 비호감이라는 뜻으로 쓰이지 않는 것 같다”고 그를 위로 했다. 맞는 말이다. 전현무가 진짜로 대중에게 꼴 보기 싫은 존재였다면 그런 캐릭터 자체가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얄궂은 행동을 하고, 그것을 누군가가 꾸짖거나 나무라면서 나오는 상황에 대중은 웃고 즐거워한 것 아닌가.
전현무는 이 같은 캐릭터에 순간적인 재치, 아나운서 출신다운 안정적인 진행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요즘 더욱 사랑받고 있다. JTBC ‘히든싱어’, ‘비정상회담’, 신규 예능 ‘헌집줄게 새집다오’부터 KBS ‘해피투게더’까지 굵직한 예능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친정 KBS에서 올해 ‘연기대상’ MC를 맡기까지 했다.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묘한 매력으로 자신만의 포지션을 확실하게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비호감’ 타이틀에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아도 될 만큼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비정상회담'은 각국의 청년들이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기욤 패트리, 니콜라이 욘센, 다니엘 린데만, 새미 라샤드, 샘 오취리, 안드레아스 바르사코풀로스, 알베르토 몬디, 유타, 장위안, 카를로스 고리토, 타일러 라쉬, 프셰므스와브 등이 출연한다. /joonamana@osen.co.kr
[사진] '비정상회담'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