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도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집착이 아닌 사랑에서 우러난 행동이라고 말하는 남편과 그런 남편의 행동에 함께 꿈꾸었던 가정을 속박처럼 느끼고 있는 아내. 남편의 과도한 사랑이 빚어낸 한 가정의 이야기가 보는 이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지난 14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에서는 늘 아내 곁에 있고 싶다며 사표까지 낸 남편의 사연이 공개됐다.
첫 만남에 아내를 보고 첫눈에 홀딱 반해 매주 경기도 이천과 경북 포항을 오가며 장거리 연애를 한 끝에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했고, 남편은 결혼 후 2년이 지난 지금도 아내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했다. 아내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산책을 나갈 때도 따라가는 건 물론, 현관 앞에 우편물을 가지러 갈 때도 남편은 함께 했고, 출근해서는 컴퓨터로 내내 화상채팅을 했다. 게다가 남편은 노트북 두 대를 이용해 집안 전경을 지켜보며 행여 아내가 카메라 밖을 벗어나면 전화나 메시지를 쉴 틈 없이 보냈고, 이 탓에 남편이 외출하면 아내는 늘 손에 핸드폰을 쥐고 있어야만 했다. 심지어 야근이 많은 직종에 근무하던 남편은 밤에 아내를 지켜줄 수 없다는 이유로 사표를 내고 현재 좋은 직장에서 들어오는 제의도 거절한 채 일용직 근로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내는 현재 임신 중이었다. 이에 그가 임신 중이기 때문에 신경을 써서 그런 것 아니냐는 게스트의 질문에 아내는 “임신 전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저한테 온 신경을 쏟았다”라고 답했고, 이어 “혼자 외출한 경우는 1년 차까진 한 번도 없다”라고 덧붙여 모두를 경악케 했다. 뿐만 아니라 아내는 2년 동안 단짝친구의 얼굴도 한 번 보지 못했고, 시댁 식구들과도 불화가 생겼다. 애초에 고부갈등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고지식한 부모님 때문에 아내가 상처받을까 걱정한 남편은 나서서 연락을 차단했고,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는 의도치 않은 오해가 피어났다. 이에 모녀사이 같았던 두 사람은 현재 일절 연락을 하지 않는 상태였고, 남편 역시 부모님과의 연락을 끊었다. 또한 남편은 결혼 후 친구들과도 모든 관계를 끊은 채 아내에게만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남편은 자신의 행동이 모두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아내의 생각은 달랐다. 혼자 자유롭게 외출도 하지 못하고 어쩌다 몰래 집안을 빠져나오면 미행을 하는 남편 때문에 아내는 큰 잘못이라도 한 것이 있는 사람 마냥 실체없는 죄책감을 느낄 때가 있었고, 철창 속에 갇힌 신세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어 했다. 자신 때문에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서 촉망 받던 남편이 재능을 썩히고 있는 사실 역시 아내를 괴롭혔다. 남편의 인생을 흔들어버렸다는 죄의식과 좀 더 건강하게 빛나는 남편을 보고 싶은 바람이 아내의 마음속에는 늘 무겁게 자리하고 있었다.
사랑이라는 것은 두 사람만의 이야기이기에 타인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상대가 사랑이라고 느껴야 진짜 사랑이라는 사실이다. 남편의 집착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용인되기에는 이미 도를 지나친지 오래인 듯 보였다. 사랑의 표현방법에 있어 커다란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두 사람. 부디 그 사랑이 서로를 함께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되길 바래본다.
한편 이날 ‘안녕하세요’에는 시크릿 송지은, 로이킴, 라붐 솔빈, 율희가 함께했다. / nim0821@osen.co.kr
[사진] ‘안녕하세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