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부산시는 현재 감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감사결과를 근거로 지난 11일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및 관계자 3명을 부산지검에 고발한 상황. 이에 대해 BIFF 측은 공식입장을 배포하며 반발하고 있다.
BIFF는 15일 "12월 11일 부산시가 감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감사결과를 근거로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며 "부산시의 이번 고발조치는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명백한 보복입니다. 그동안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여러 트집을 잡아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사퇴시키려 하였습니다"라고 입장을 냈다.
이어 "지난 9월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통보 받은 부산시는 이후,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물러난다면 고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여러차례 직간접적인 압력을 가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부산시가 문제삼는 감사원 결과는 보복을 위한 표적감사 결과여서 수용할 수 없다며 사퇴를 거부하자 12월 11일 급기야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하였습니다"라고 주장했다.
부산시와 BIFF는 지난해 19회 BIFF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 문제로 갈등을 빚은 바 있었다.
'다이빙벨'은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 알파잠수기술공사의 이종인 대표가 침몰한 세월호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19회 BIFF 와이드앵글-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됐다.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들은 이 영화의 상영에 대해 금지 요청을 했으며 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 시장 역시 상영 반대 의사를 표했다. 때문에 개막과 함께 이 영화의 상영여부가 영화제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BIFF는 영화 상영을 강행했고, 이후 부산시는 BIFF 집행위원회를 지도·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사퇴 권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올해 BIFF 지원 예산을 지난해 14억 6천만 원에서 6억 6천만 원이 삭감된 8억 원으로 확정하며 BIFF 측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 측은 "BIFF는 이미 명실공히 글로벌 영화제로 위상을 점유하고 있어 자생력을 강화해야한다는 다수 의견에 의해 부분감액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BIFF 측은 "영진위의 예산 삭감 논리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논리"라고 입장을 발표, '보복성'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더불어 BIFF는 지난 3월 '부산국제영화제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기도 했는데, 당시 이 자리에서 임권택 감독과 박찬욱 감독 등 영화계 권위자들이 그간 BIFF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일련의 '검열' 논란에 대해 일침을 가해 화제를 모았다. 임권택 감독은 "부산시 자체에서도 영화제를 죽이는 일을 하고 있는 일이다. 이렇게 잘 커온 영화제가 밖으로 구정물을 쓰고 있는 영화제로 전락을 했다. 잘못된 일이 생긴다면 정말 나라의 수치고 부산의 수치고 영화인들의 수치다"라고 말했고, 박찬욱 감독은 "한국 사회가 온통 엉망진창이 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그럴듯하게 잘 굴러가고 있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가 BIFF라고 평소 생각했는데 여기마저 이렇게 되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려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라고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일련의 사건들 이후에도 BIFF는 올해 20회를 맞이하며 건재함을 드러냈다. 이용관 집행위원 외에도 배우 강수연이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던 20회 BIFF는 지난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렸다. 20회 BIFF가 끝난 후 또 다시 시작된 부산시와 BIFF의 갈등은 어디까지 가게 될까?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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