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수 최초로 홈쇼핑에서 새 음반 한정판을 판매했다. 여기에 자신이 직접 제주에서 재배한 귤까지 얹었다. 그야말로 독특한 괴짜 뮤지션이다. 하지만 그의 음악에는 누구도 웃지 못할 먹먹한 진실이 담겨 있다.
15일 낮 12시, 루시드폴의 정규 7집 '누군가를 위한'이 공개됐다. 타이틀곡 '아직, 있다'를 비롯한 10곡의 수록곡과 직접 지은 동화책 '푸른 연꽃'의 사운드트랙 5곡까지 총 15곡으로 채워진 음반이다.
그가 처음으로 쓴 피아노 연주곡을 시작으로 삼바, 포크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한가득이다. 지난 홈쇼핑 특별 방송 '귤이 빛나는 밤에'에서 한정반 패키지를 매진시켰던 만큼 믿고 듣는 루시드폴의 음악 선물이다.
타이틀곡 '아직, 있다'는 유유히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듣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일품이다. 여기에 루시드폴 특유의 고운 목소리가 더해지니 듣고만 있어도 가슴이 촉촉해지는 '힐링송'이 완성됐다.
"친구들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 축 처진 어깨를 하고 교실에 있을까 / 따뜻한 집으로 나 대신 돌아가줘 / 돌아가는 길에 하늘만 한 번 봐줘 / 손 흔드는 내가 보이니 / 웃고 있는 내가 보이니 / 나는 영원의 날개를 달고 / 노란 나비가 되었어 / 다시 봄이 오기 전 / 약속 하나만 해주겠니 /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꽃들이 피던 날 / 난 지고 있었지만 / 꽃은 지고 사라져도 / 나는 아직 있어 / 손 흔드는 내가 보이니 / 웃고 있는 내가 보이니 / 나는 영원의 날개를 달고 / 노란 나비가 되었어 / 다시 봄이 오기 전 / 약속 하나만 해주겠니 /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무엇보다 서정적인 가사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4월 16일, 대한민국이 멈췄던 그날을 떠올리게 하는 노랫말이 음악 팬들의 눈시울을 자극한다. 쉽게 꺼낼 수 없는 그날의 슬픈 진실을 루시드폴은 담담하면서도 서정적으로 담아 냈다.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하면 슬픔은 두 배다. 앳된 얼굴의 두 남녀 학생이 푸른 초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 소설 '소나기'가 절로 떠오른다. 하지만 이들에게 어둠이 찾아오고 이내 초원에는 노란 나비들이 흩날린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아이러니한 위로의 노래다. 루시드폴이니까 가능한 음악이다. 루시드폴은 그날을 잊지 않고 있다. 여기 그의 음악이 아직 있다. /comet568@osen.co.kr
[사진] '아직, 있다' 뮤직비디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