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은 노래를 하듯 연기하는 배우 중 하나다. 상당히 생동감 넘치는 인물 표현으로 그가 연기하는 인물에게 푹 빠져 보게 만드는 힘, 유아인 연기의 흡인력의 원천이다.
그는 현재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방원을 연기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이방원을 중심으로 조선 건국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방원이 아버지 이성계(천호진 분)를 설득하거나 정도전(김명민 분)과 연합해 고려를 전복시키고자 분투하는 이야기가 21회까지 펼쳐졌다.
이방원은 자신이 목표로 두고 있는 새 나라 건국을 위해서는 앞뒤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시한폭탄 같은 존재로 ‘폭두’로 일컬어지고 있다. 새 나라 건국 세력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역동성을 갖춘 이방원의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이방원의 폭주 기관차 같은 면모는 사랑에 있어서는 상당히 저돌적으로 표현되며 ‘고려의 로맨틱남’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이방원을 연기하는 유아인은 마치 노래를 하듯 입체적이면서 생동감이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얼굴 근육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단 하나의 단어도 그냥 흘러가지 않게 강약 조절을 해가며 명확한 의미 전달을 하고 있다. 지난 14일 방송된 21회도 초영(윤손하 분)을 압박해 가족들이 억류돼 있는 곳의 비밀통로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유아인의 음률이 느껴지는 대사 표현이 압권이었다.
상대를 조용히 압박하면서 자신이 얻어낼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이방원의 섬뜩한 카리스마는 시청자들을 소름돋게 만들었다. 유아인은 마치 노래를 하듯 이방원의 강하면서도 무서운 구석을 살아숨쉬는 연기로 표현했다. 그렇다고 표현이 과해 작위적으로 느껴지거나,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에서 튀는 연기는 아니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유아인은 자신이 돋보여야 하는 순간과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살려줘야 하는 순간을 명확하게 아는 영민한 배우다.
2015년은 배우 유아인의 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아인의 연기와 대중적인 인기가 그 어느 때보다 물이 오른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아직 앞길이 창창한 젊은 나이의 배우이기에 또 다시 유아인 자신을 뛰어넘는 순간이 오겠지만 말이다.
‘육룡이 나르샤’는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이 많은 드라마다. 정치와 사랑, 인간애를 오고가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배우들의 연기 경연을 보는 재미가 있다. 유아인을 비롯해 김명민, 천호진, 변요한, 신세경, 윤균상 등 주축인 배우들이 매회 한 번씩 시청자들에게 연기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유아인은 여러 지점으로 관전할 가능성이 높은 이 드라마에서 자신이 만든 색다른 이방원에게 블랙홀마냥 끌리게 만들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