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배우 혼자 만들 수 있는 영화는 없다. 영화는 끄는 주연이 있다면 미는 조연도 있는 법이다. 그들의 노고를 기리듯 조연배우들에게 새롭게 붙여진 별명이 있다. 바로 ‘○○요정’이다.
오달수는 올해 쌍끌이 천만영화 ‘암살’과 ‘베테랑’에 동시에 출연하며 흥행 보증 수표가 됐다는 의미에서 ‘천만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천만요정과 동시에 충무로에는 소같이 일하는 조연배우를 위한 ‘다작요정’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그 시작은 이경영이었다. 한국영화와 외화의 차이점은 이경영의 출연유무라는 우스갯소리가 진담처럼 들릴 만큼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그를 잇는 다작요정은 배성우다. 배성우는 올해에만 ‘특종: 량첸살인기’, ‘내부자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가 연달아 개봉하며 다작요정으로 불리게 됐다. 특히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정재영은 지난달 18일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에서 “배성우 씨를 보려면 외화만 아니면 아무 데나 들어가면 된다”고 농담을 던졌다.
여배우 중 최근 눈에 띄는 다작요정은 라미란이다. 라미란은 공교롭게도 오는 16일 동시 개봉하는 영화 ‘히말라야’와 ‘대호’에 모두 출연한다. 여기에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도 출연하고 있다. 놀라운 점은 세 작품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배우들이 다작한다는 것은 큰 부담감이 될 수 있다. 이미지 소모가 될 수 있어 배우 생명에 지장을 줄 수도 있기 때문. 그래서 배성우와 라미란 같은 다작요정들이 더욱 소중하다.
이들은 여러 작품에 출연해왔지만 단 하나도 겹치는 느낌을 준 적이 없었다. 배우 배성우와 라미란이 아닌 늘 작품 속 캐릭터로만 보여 왔다. 특히 배성우가 ‘내부자들’에서 선보였던 조직 넘버쓰리 역과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에서 선보였던 연예부 기자 역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각 캐릭터의 개성이 빛났다. 이건 단순히 직업이 달랐기 때문이 아니다. 체력은 기본이고, 어지간한 연기력과 집중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다작은 도전할 수 없는 영역인 것.
이처럼 다작요정 배성우와 라미란에 대한 믿음은 쌓이고 쌓여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16년에도 다양한 캐릭터로 우리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줄 빛나는 활약을 기대해본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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