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재현이 연극 '에쿠우스'의 다이사트로 변신했다. 지난 2009년에 이어 다시 한번 다이사트로 분한 그의 모습에서 연기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DCF대명문화공장에서는 연극 '에쿠우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다이사트 역의 조재현, 김태훈, 알런 역의 류덕환, 김윤호, 서영주, 질 역의 이미소, 김예림이 참석했다.
이날 조재현은 40분 가량의 하이라이트 시연을 통해 완벽하게 다이사트로 분한 모습을 공개했다. 장난처럼 알런 역이 그립다고 말하긴 했지만, 배우로서 그의 연기는 어떤 역에도 모자람이 없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에쿠우스'에 임하는 그의 심경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6년 전에 다이사트를 하면서 본의 아니게 연출까지 했는데, 그때는 연출에 치중하다 보니 연습을 많이 못했었다"라며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무대에 섰기 때문에 다이사트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다. 이번에는 배우로만 참여하게 돼서 훨씬 편한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연극 '에쿠우스'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조재현은 후배들에게도 많은 귀감을 남겼다. 특히 알런 역의 류덕환은 조재현이 선배로서 어떤 점을 가르쳐줬냐는 질문에 "조재현 선배님은 본인이 느꼈던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라며 "연극이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성이나 어떤 것을 바라봐야 하는지나 소년의 마음에 관한 것들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다"고 답했다.
이어 "선배님은 절대로 가르치려고 하신다거나 주입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자의 앨런을 표현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이며 깊은 감사를 전했다.
이러한 조재현의 엄격하면서도 사려 깊은 가르침은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딸 조혜정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딸의 연기에 대한 질문에 "류덕환이 얘기한 것처럼 저는 후배들한테도 직접적인 연기 조언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라며 "하물며 대학에서 학생들, 후배들한테 연기 지도라는 말을 싫어한다. 수업을 하는데도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지 않는다. 내가 구체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저는 마음이나 느낌, 정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딸에게도 마찬가지다. 잘 모른다. '처음이라서' 다 못 봤고 '상상고양이' 한 두 번 봤는데, 별로 재미없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일단 살 좀 빼라. 그 전에는 나타나지 말아라"라며 농담하며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을 뽐내기도 했다.
이처럼 조재현은 연극 무대와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며 지치지 않는 열정을 뽐내고 있다. 무대에서는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로, '아빠를 부탁해'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때론 친구 같은 자상한 아빠의 모습으로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조재현의 활약이 끝나지 않길 바란다.
한편, '에쿠우스'는 극작가 피터 쉐퍼의 대표작으로 영국에서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소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시대가 지나도 변치 않는 신, 인간, 섹스에 대한 고민과 인간의 잠재된 욕망에 대해 치밀한 구성으로 초연 이후 40여 년이 지나도 여전히 관객의 뜨거운 찬사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조재현, 김태훈, 안석환, 류덕환, 서영주 등이 출연하며, 오는 2월 7일까지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