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점에서 100점되기가 20점에서 80점 되기 보다 힘든 법이다. 이처럼 원래 잘 되던 배우가 더 잘되기가 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차차리 무명배우가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것이 더 쉬울 지도 모른다.
그런데 2015년 제대로 일낸 배우들이 있다. '베테랑'으로 쌍천만 시대를 연 황정민을 비롯해 아인시대의 유아인, 강동원 신드롬의 강동원, 연기로 결국 용서받은 이병헌이다. 이들은 이미 충무로를 주름잡는 스타들이었지만 유난히 올해의 성과는 배우 인생에 있어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정민은 올 연말, 2015년 마지막 천만 관객을 노리는 감동 드라마 '히말라야'로 스크린에 컴백한다. 잠시도 쉬지 않는 배우고 설명이 필요없는 배우다. 황정민을 빼고 요즘 한국영화를 말하기는 불가능하다.
유아인은 2015년을 최고의 해로 보내고 있다. 영화 ‘베테랑’으로 천만관객을 동원하더니 연이어 개봉한 ‘사도’에서도 620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스크린에서만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안방극장에서도 유아인이라는 배우의 저력을 인정받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방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 이 드라마는 현재 월화극 중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심지어 ‘육룡이 나르샤’에서 유아인이 맡은 이방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역사적 인물이자 수차례 여러 배우들로 하여금 재해석된 캐릭터다. 이 점은 배우 입장에서 부담스러웠을 법하지만 유아인의 진가는 바로 ‘유니크함’에서 빛을 발한다. ‘베테랑’에서의 유아인, ‘사도’에서의 유아인 그리고 역대 수많은 이방원 중에서의 유아인까지 전혀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며 관객과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국 그는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쟁쟁한 연기 선배들을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노고를 인정받게 됐다.
비수기를 뚫고 11월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주인공도 있다. 바로 영화 ‘검은 사제들’의 강동원. 강동원은 이 영화에서 신부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에서 공부 중이지만, 월담과 음주 등 불량행동을 일삼는 최부제 역을 맡았다. 강동원은 현역 모델을 뛰어넘는 비율과 꽃미남 미모로 뭇여성들의 마음을 수년째 사로잡고 있는 배우. 그러나 ‘검은 사제들’로 인해 그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세제복을 입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영화 관람을 자처한 팬들의 움직임이 연이었을 정도다.
특히 그의 매력이 포텐이 터진 것은 영화 개봉 하루 전인 지난달 4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을 통해서다. 이날 기상예보를 전하며 쑥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에 수많은 여성들이 ‘입덕’을 선언했다. 이 같은 관심을 대변하듯 ‘검은 사제들’은 엑소시즘이라는 비주류 장르와 11월 비수기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여기에 연기력으로 결국 관객들로부터 다시 신임을 얻은 이병헌도 있다. 이병헌은 지난달 19일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연기를 펼쳤다. 물론 지금까지 이병헌의 연기력에 대해 의심하는 자는 없었다. 그러나 사생활과 관련해 논란에 휩싸이면서 배우 인생에 위기가 왔지만, 결국 용서할 수밖에 없는 연기력으로 연말 최고의 반전 주인공이 됐다.
‘내부자들’은 대한민국 권력층의 비리를 낱낱이 고발하는 영화로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핸디캡을 얻고 시작했다. 그러나 청불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600만 관객을 돌파하고 말았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반응은 또 어떠한가. 영화 속 유행어인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 잔’을 비롯해 이병헌이 연기한 안상구 역의 대사들을 줄줄이 읊으며 영화의 여운을 즐기고 있다. 청불 영화의 한계를 딛고 거침없는 흥행을 달성하고 있는 ‘내부자들’의 인기에는 분명 이병헌의 힘도 크다.
이처럼 2015년을 제대로 일낸 배우들이 있어 관객들은 웃음과 눈물, 감동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이들이 보여줄 2016년의 활약에도 자연히 관심이 집중되는 바이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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