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루시드폴의 감성과 안 어울릴 듯 하면서도 무척 잘 어울렸다. 주황색 '귤모자'를 쓰고 라이브를 들려주고, 차분히 자신이 재배한 귤에 대해 설명하는 루시드폴은 전에 본적 없는 색다른 모습이었다. 웃음을 주면서도 음악, 창조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대하는 그여서 이 모습에 더 마음이 갔다.
루시드폴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안테나뮤직 사옥에서 진행된 라운딩 음감회를 통해 기자들과 만나 정규7집 '누군가를 위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루시드폴은 이번 정규7집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정신적(글, 음악, 사진), 육체적(감귤) 창작 활동을 담으려고 했다. 대중의 오감을 자극하면서 온라인 음원으로 쪼개서 소비하기엔 많은 감각들을 긴밀하게 연결했다.
이번 음반에는 총 15곡이 수록됐다. 루시드폴이 쓴 동화 '푸른 연꽃'의 사운드 트랙 5곡과 타이특곡 '아직, 있다'를 비롯한 10곡의 음악이 빼곡하게 채워졌다. 루시드폴은 앞서 홈쇼핑 '귤이 빛나는 밤에' 특별 방송을 통해 농산물과 음악의 결합이라는 신선한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했던 바다.
그는 홈쇼핑 출연과 관련해서 "사실은 내가 내려가서 다음 음반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지난 음반 끝내고 나서부터 계속 고민을 했다. 사는 게 재미있다고 하는 게 내가 2년 전에 농사를 지을 줄 몰랐다. 이렇게 하다 보니까 노래를 만들고 글을 쓰고,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작물을 다 모아야겠다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음반이라는 게 크게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음반의 형태로 발매할 거라면 음반을 듣는 팬들이 더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왜 음반을 사야하냐'고 생각할 수 있다. '음반을 사는 게 더 좋네'라는 차별점을 두고 싶었다"라며 "2년 동안 생활하는 것을 더 많이 담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담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또 루시드폴은 "막상 실행에 옮기자니 암담하더라. 당장 귤을 어떻게 포장해서 배송하고, 방법론적인 고민을 하면서 8월 중순께에 서울에 올라와서 데모 작업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회사 식구들도 모여서 밥을 먹고 하다가 정말 농담처럼 '홈쇼핑처럼 한 번 해보지'라는 의견이 나와서 웃고 넘어갔다"라면서, "내가 어째든 방송활동을 하거나 이러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아니까 귤 따느라고 시간도 없고. 홈쇼핑에서 한 번 하는 게 솔깃하더라"라고 털어놨다.
루시드폴은 "너무 홀가분해 지면서 회사 사람들끼리 재미있다고 했는데 진짜가 돼버렸다. 실제로 그 일이 있고 나서 한 두 달 후에 물어보면 진짜 할거냐고 하더라. 걱정은 되긴 하지만 수고로움도 덜 수 있을 것 같고, 홍보고 따로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추진이 된 거다"라며 "굉장히 많이 어려움이 있었다. 선뜻 하려는 회사도 없었다. 귤 하나 보낼 때도 산지 직송을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었다"라며 "CD만 내고 할 때에 비해서 열배 이상 힘들었다. 회사 식구들 다 내려가서 귤 따고 나르고, 어제까지 포장하다가 왔다. 그렇게 지금까지 왔다. 툭 나온 이야기였는데, (또 한다고 하면)회사에서 나가라고 할 것 같다"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루시드폴은 당시 홈쇼핑에서 오렌지빛 귤모자를 쓰고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장난스러우면서도 재치 있었다. 그는 "귤모자 내가 쓴다고 했다. 나의 본뜻이 곡해될까봐, 팬들이 싫어할까봐 그게 가장 걱정 됐다. 계속했던 이야기는 라이브를 하고, 음악을 들려주고 하지. 몇 백개를 더 팔고 해서 돈을 얼마를 벌고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요즘 40분 동안 음반을 이야기하고 라이브를 들려줄 채널은 없다. 우리의 진정성이 잘 전달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있었지, 망가진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다른 회사 뮤지션도 재미있다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타이틀곡 '아직, 있다.'는 아름다운 멜로디뿐만 아니라 가슴을 저릿하게 하는 서정적인 가사가 그림 그리듯 펼쳐져 있다. 노란 나비가 되어 '영원의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간 이가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이라는 나지막한 위로를 건네는 노래다. /seon@osen.co.kr
[사진]안테나뮤직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