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혜리 남편은 누구일까. 가족과 이웃의 따뜻한 정과 풋풋한 청춘 로맨스로 시청자를 울고 웃게 하는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1988'을 보고 나면 항상 떠오르는 질문이다. '응답하라1997'과 '응답하라1994'부터 항상 따라오는 '남편찾기'는 드라마의 개별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장치로, 시청자를 스스로 추리하게 만들어 몰입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전작 '응사'에서는 나정(고아라 분)의 남편 후보인 쓰레기(정우 분)파와 칠봉이(유연석 분)파로 나뉜 시청자들이 제작진의 떡밥에 열띤 토론을 벌이며 드라마를 더욱 후끈하게 달군 바 있는데, 이번 '응팔' 또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덕선(혜리 분)과 정환(류준열 분), 택(박보검 분)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선과 다양한 떡밥은 이들 각 러브라인을 지지하는 시청자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응팔'에서는 이들의 성인 역할이 따로 등장하면서, 더욱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를 제공하는데, 덕선의 성인 역할인 이미연 곁에 있는 김주혁이 과연 누구를 연기하고 있는지가 최대 관심사다.
김주혁은 초반 툭툭 내뱉는 말투와 껄렁한 행동으로 정환이를 연상하게 했다. 무뚝뚝하고 까칠한, 하지만 언제나 덕선만을 바라보는 정환의 모습과 그대로 닮아있는 김주혁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를 외쳤던 것. 또 덕선이 선우(고경표 분)에게 초콜릿으로 마음을 전했던 30여 년 전의 일을 질투하는 김주혁의 모습은 당시 극에서 선우가 덕선을 좋아한다고 오해한 정환의 상황과 맞물리며 미래의 남편이 정환이일 것이라는데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김주혁은 극 중 유일한 왼손잡이라고 알려진 택이처럼 왼손으로 컵을 들고, 택의 이마에 덕선이가 남긴 상처를 가리는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어 그가 택이일 가능성도 활짝 열어두고 있다. 노을(최성원 분)의 성인 역할 우현을 보면서 그에게 말을 놓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전한 말도,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오히려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는 택이의 성격과 일치해 보는 이를 혼란스럽게 한다.
이처럼 김주혁은 정환이처럼, 택이처럼 자유자재로 연기해 시청자의 추리력을 끌어올리는 중.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쳐 김주혁이 된 현재의 인물이 정환일지 택이일지는 '현재 남편' 역을 연기하는 김주혁조차 모른다고 전해져 이 드라마에 대한 궁금증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jykwon@osen.co.kr
[사진] '응답하라1988'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