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이하 ‘응팔’)은 여러모로 신기한 드라마다.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이)라며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에 열을 올리게 만들기도 하고, 깨알같이 숨겨놓은 복선이나 떡밥을 찾는 재미를 전하기도 한다. 옥에 티도 마찬가지다.
2015년을 살고 있는 지금, 1988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그 때는 그랬지’라며 추억에 잠기기 일쑤인데 그 때마다 옥에 티를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디테일에 대한 지적보다는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과 ‘저건 저랬지 않냐’며 의견을 공유하며 또 다른 열광 포인트를 찾아내고 있는 것. 그래서 ‘응팔’에 등장한 옥에 티 몇 개를 모아봤다.
◆ 시간적 오류
개그에 욕심이 많은 성균(김성균 분)은 1회에 첫 등장할 때 ‘부채도사’ 노래와 율동을 선보였다. 그런데 이는 1991년 KBS 코미디 프로그램 ‘유머1번지’에서 개그맨 장두석이 했던 유행어로, 시간적으로 3년이나 앞섰다.
또 수학여행 에피소드를 다뤘던 3회에서 덕선(혜리 분)은 동룡(이동휘 분)에게 장기자랑을 부탁하기 위해 ‘김수로왕’ 매점을 갔는데, 이 때 두 사람은 밀키스를 사 먹었다. 이 밀키스는 1989년 4월에 출시된 음료수로, 이후에도 주윤발의 광고 포스터 등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극 중 등장한 음악 역시 시간적으로 맞지 않는 곡이 많았다. 특히 6회에서 덕선, 정환(류준열 분), 선우(고경표 분), 동룡이 바둑 시합을 간 택(박보검 분)이 방에 나란히 누워 라디오 ‘별밤’을 들었었는데, 이 때 이문세가 택의 승리를 축하하며 ‘그런 날에는’을 선곡했다. 이 ‘그런 날에는’은 1989년 6월 발표한 곡이다.
이 외에도 극에 자주 등장하는 이미연의 초콜릿 CF는 1990년에 촬영된 것으로, 1988년도에는 채시라가 모델로 활동을 했었다.
◆ 깨알 같은 소품 오류
공부를 제외한 모든 것에 관심이 많은 정봉(안재홍 분)은 4회에서 큐브 맞추기에 열을 올렸다. 반면 바둑 외에는 잘 하는 것이 하나도 없던 택이는 단 몇 초만에 아무 어려움 없이 큐브 맞추기에 성공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특히 택이는 정봉이 일주일 째 가지고 다녔다지만 해결하지 못한 큐브 역시 즉석에서 해결을 했는데, 다른 5면이 모두 맞춰져 있고 단 한 개만 어긋난 큐브를 한번에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정론이다.
엄마들이 요리할 때 쓰는 프라이팬은 다이아몬드 코팅팬으로 그 당시에는 없었던 제품이며, 선반 위에 있던 피규어 중 1997년 발간된 일본 만화 ‘원피스’의 피규어도 놓여 있었다.
또 4회에서 덕선, 정환, 동휘, 선우는 보라(류혜영 분)에게 과외를 받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는데, 이에 앞서 선우는 보라에게 잘 보이기 위해 청셔츠를 찾았다. 하지만 이 청셔츠는 아직 덜 마른 상태로 빨래줄에 걸려 있었는데, 이 때 아랫부분은 마르고, 윗부분만 물에 젖어 있었다.
10회에는 ‘사랑방중계’라는 TV프로그램 화면이 공개됐는데, 극이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TV 화면 속 사람들은 반팔 옷을 입고 있다. 그리고 이 회차에서 정봉은 오락실 게임인 ‘보글보글’에 푹 빠져 있었는데, 혼자서 100판은 모두 깨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런데 1인 플레이어로 100판을 모두 깨고 나면 랜덤으로 다음 판으로 이동을 했기 때문에 정봉이처럼 절대 끝을 낼 수 없다고 한다. /parkjy@osen.co.kr
[사진] ‘응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