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속 천만 관객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런데 배우 황정민은 해냈다. 영화 '국제시장'에 이어 올해 '베테랑'까지. 이쯤되면 '믿보황(믿고 보는 황정민)'이 확실하다. 2연속 천만 관객은 또 있다. 바로 윤제균 감독이다. 물론 시기적으로 바로 2연속은 아니지만 그가 연출을 맡은 두 작품이 연이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해운대'에 이어 '국제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런 2천만의 사나이들이 한꺼번에 뭉쳤으니 이석훈 감독은 영화 '히말라야'의 거절 이유를 도무지 찾지 못했다고 했다. '히말라야'는 어떻게 하게 됐냐 물으니 "거절할 이유를 도무지 못찾겠던데요"라며 껄껄껄 웃어보인 이석훈 감독이다.
그도 그럴것이 산악 영화라는, 국내에선 생소한 장르에 실화라는 부담감, 그 실화도 돌아가신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부담감이 만만치 않았을터. 때문에 이석훈 감독이 선뜻 '히말라야' 연출에 대한 생각을 하진 못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 말대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충무로 모든 감독들이 꼭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 황정민이 주연을 맡고, 2천만 감독 윤제균이 제작을 맡았으니 감독들이 들었을땐 군침을 뚝뚝 흘릴 만큼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때문에 이석훈 감독은 "행운이라는 생각으로 연출을 하게 됐다"며 '히말라야'와의 연을 맺었다.
다음은 이석훈 감독과의 일문일답.
- 전작 '해적:바다로 간 산적' 흥행으로 기대치가 높다. 부담은 없으신가.
▲ 기대가 고맙기도 하고 사실 나한텐 기대가 낮을 수록 유리하긴하다(웃음). 기대하고 보시면 별로일 수도 있고 기대를 안 하신다면 별로일줄 알았는데 좋더라 이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지 않나.
- 천만 돌파에 대한 이야기도 솔솔 나오고 있다.
▲ 천만은 신이 내려주는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영화 훌륭하면 들겠지만 사회적인 분위기라던지 국민 정서 등 외적인 부분에서 영향을 주는 것이 있다고 생각된다. 하늘이 도와서 그런 분위기가 생긴다면 좋겠지만 우리 영화는 훈훈한 정서를 전달해드리고자 하는 영화라 그저 보신 분들이 그 정서를 느끼고 다른 분들에게 권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수치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천만도 하나의 숫자고 단위가 바뀐다는 의미밖에 없으니까 연연하지 않는다.
- '히말라야', 어떻게 하게 된건가.
▲ 시작은 윤제균 감독이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본 게 시작이었다. 그걸 보고 대단히 감동받아서 나한테 영화로 하자고 보여줬다. 그때는 산악 영화를 어떻게 찍을 지도 모르겠고 구체적인 제안을 받은것도 아니어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그리고 나는 '해적' 촬영에 들어간거다. 사실 실화는 취재할수록 사실에 연연하다보니 극화를 못하는 함정에 빠지기 쉬운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애초부터 나한테 제안이 올거라곤 생각을 못했다. 나중에 '해적' 후반작업을 하는데 제안이 온거다. 당황스러웠다. '나보고 산을 가라고?' 이런 생각이 들더라(웃음). 그런데 거절할 이유를 못찾았다. 다 할만한 이유밖에 없더라. 이걸 못해서 안달난 감독들이 많을텐데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하자 이렇게 마음 먹었다.
- 신파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관객들도 있다.
▲ 신파는 억지로 울리려고 하는거라고 생각한다. 그 우는 장면을 구구절절 길게 보여주면 부담스러운데도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된다. '히말라야'는 그런 의도는 없다. 신파라고 생각되는 요소를 배제하려고 했다. 물론 이야기 자체가 갖고 있는 슬픔이 있지만 감히 '억지 신파'는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 실제 히말라야에서 촬영, 힘들었을 것 같다.
▲ 그렇게 높이 올라간것도 처음이었고 걸어서 올라가야했고 씻지도 못하고 한식 해주시지만 음식 맛은 다르니까 그런 것들이 장기간 계속 되다보니 힘들었다. 해발 3500M 이상 올라가면 뭔가 신진대사가 달라진다. 소화도 잘 안되는 것 같고 조금만 추우면 오한이 들고 조금만 더우면 땀이 나는 등 체온 조절 안되더라. 와중에 나때문에 촬영이 중단 되면 안되니까 조심해야한다는 걱정 때문에 힘들기도 했다. 열흘 정도 씻지도 못했다. 머리만 감아도 고산병이 온다고 하더라. 또 올라가면 숙소가 바뀌니까 잠도 잘 안온다. 밤에는 춥고 침낭안에서 자려니까 피곤하고 짜증나고 씻지도 못하고, 그런게 힘들었다.
- 산악 영화, 리얼리티와 극 사이에서 고민도 했을 법 하다.
▲ 제일 고민됐던건 대사가 있는데 리얼리티를 살리려면 러닝타임이 3시간을 넘어간다. 그래서 과감히 포기했다. 또 큰 고글을 쓰면 대역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도 없어서 고글도 필요한 순간에만 쓰도록 했다. 산소호흡기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설정으로 아예 처음부터 가기도 했다. 리얼리티를 지켜야하는 상황에서는 고글을 써야겠지만 중요한 대사나 감정 표현은 문제가 된다 싶으면 안 쓰고 한 장면들도 있다.
- 마지막으로 관객분들에게 한 마디.
▲ 인간에 대한 예의, 존중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온 가족이 보기 좋고 친구, 동료와도 보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국내 영화로서는 드물게 히말라야에서 촬영도 했고 볼거리도 많이 있다는 생각도 들고 할리우드 영화 못지 않은 비주얼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관심있게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너무 슬프기만 한건 아니니까 유쾌한 종합선물세트처럼 봐주셨으면 한다. / trio88@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