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풍파를 겪은 뒤 서서히 피는 꽃은 원래 더 아름답고 향기롭게 느껴지는 법이다. 타고난 듯 화려하고 귀여운 외모와 숨김없이 솔직한 성격으로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배우 황정음이 2015년 MBC연기대상에서 강력한 대상 후보로 떠오르며 이목을 끌고 있다. 올 한 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탤런트를 선정하는 한국갤럽의 설문조사에서 그녀가 1위를 차지한 것만 봐도 연기대상 후보로서 적격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황정음은 지난 2002년 걸그룹 슈가로 많은 관심을 받으며 데뷔했지만 그룹 내에서 처음부터 스타성이 강했던 멤버는 아니다. 가수로 활동한 지 3년 만에 그룹에서 탈퇴하고 연기자로 전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요즘에는 그룹 활동과 연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지만 그 때만 해도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자신에 대한 믿음도 없고 아무도 확신해주지 않는,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꿈을 위해 도약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어떠한 선택에는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데 그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걸그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배우로서 인정받는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안 보이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황정음이 연기자로서 가능성을 보인 작품은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이다. 그 해 방송연예대상 코미디 시트콤부문 여자 신인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제46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신인연기상을, 2011년 MBC 드라마대상 미니시리즈부문 여자 우수상을, 2013년에는 KBS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지난해에는 SBS 연기대상 장편드라마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면서 지상파 3사에서도 탐내는 배우로 우뚝 솟았다. 수상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말 그대로 한 계단 한 계단 밟아온 ‘노력형 배우’라고 볼 수 있다.
올해 1월 방송을 시작한 ‘킬미 힐미’에서 황정음은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1년 차 오리진을 연기했다. 1인 7역을 맡은 지성의 활약과 더불어 두 사람의 불타는 로맨스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시 배우 박서준과 쌍둥이 역을 맡았었는데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9월,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는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는 연인으로 만났다.
잡지사 편집팀 상사와 부하 직원으로 만나 달달한 연애의 표본을 보여줬다. 이에 많은 여성 시청자들이 밤잠을 설쳤을 정도. 김혜진은 못생긴 외모로 자신감이 없는 어린 성준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핵심적인 역할이었다. ‘그녀는 예뻤다’는 최고 시청률 18.0%(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하반기 안방극장을 수놓았다. 올해 MBC의 효자 드라마가 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대상 후보가 쟁쟁한 상황에서 과연 황정음이 대상을 거머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걸그룹 멤버에서 이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믿고 보는 연기자로 거듭난 황정음을 연기력을 갖춘 여배우로 기억해야 할 듯싶다./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