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부문 확대와 수상 기쁨은 반비례한다. 사실 시상식에 온 배우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으레 꽃다발과 트로피 하나씩 들고 있다면 참가자에게 주는 '기념품'을 받은 냥 기쁠 수만은 없을 것이다.
MBC는 올 연말 연기대상에서 의미 있는 수상 부문을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수상자 선정에 공정성을 확보하고 상의 권위를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공동수상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방송사 측은 ‘드라마 10대 스타상’과 ‘베스트 조연상’ 등 의미 있는 수상 부문을 늘릴 예정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MBC에 따르면 드라마 10대 스타상의 기준은 올 한 해 활약을 보인 배우들을 중심으로 연기력, 대중성, 화제성, 작품 기여도 등을 평가해 시상한다. 더불어 장면을 사로잡는 강렬한 연기로 작품에 몰입도를 높인 조연들을 위해서도 ‘베스트 조연상’을 신설했다.
이 같은 결정으로 기존에 수상하던 부문에서 올해 약 10여 명 이상의 배우가 상을 더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수상자 선정에 공정성을 기하고 권위를 높이기 위해 공동수상을 최소화하겠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배우들이 섭섭하지 않도록 트로피 하나라도 더 챙겨주겠다는 뜻이다. 올해 대상을 받을 후보들이 압축되자 배우들이 시상식 당일 참석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수상 부문의 수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수상자들과 상을 받는 기쁨의 역함수가 확연히 입증되는 셈이다.
MBC는 그동안 특별기획 부문, 미니시리즈, 단막 드라마 부문 등으로 나눠 신인 연기상, 우수 연기상, 최우수 연기상을 수여해왔다. 지난해 배우 이유리가 대상을 단독 수상하긴 했지만 2008년에는 김명민과 송승헌이 각각 ‘베토벤 바이러스’와 ‘에덴의 동쪽’으로, 2010년에는 ‘역전의 여왕’의 김남주와 ‘동이’의 한효주가 공동 수상해 시청자들에게 볼멘소리를 들었다.
2011년에는 배우들에게 대상을 주던 관행에서 작품에 대상을 주는 드라마 대상으로 바뀌기도 했었다. 이로 인해 논란이 많았으며, 이후 2012년부터는 원래대로 배우에게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2013년에는 후보에 오른 연기자들이 일부 참석하지 않아 반쪽짜리 시상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전의 연기대상에서 지적을 받은 공동 수상과 밀어주기 논란 등은 이듬해 연기대상에서도 이어졌다.
사실 ‘상 안주면 안 가’ 정신으로 시상식에 불참하는 배우들도 자성해야할 필요가 있다. 시상식은 한 해 동안 촬영 현장에서 밤을 지새우며 고생하고,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동료 배우들과 서로를 응원하고 축하하는 자리다. 본인이 상을 못 받는다고 해서 가지 않는다는 태도는 성숙하지 못하다.
올해 신설된 상은, 많은 배우들이 후보에 오르지 못하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기에, 주최측으로서 나름대로 연구하고 고민해 내놓은 방법일 터다. 어떻게든 많은 상을 만들어 배우들이 식장을 찾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동 수상을 최소화하는 대신에 부문을 늘리겠다는 MBC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드라마를 위해 땀방울을 쏟은 배우들의 사기 저하가 염려될 뿐만 아니라, 트로피의 권위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좋지 않다. 수상자 확대와 그 가치는 반비례 관계임이 분명하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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