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PD “2년 5개월만 종영..아직 실감안나요”[종영 인터뷰①]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5.12.17 09: 08

‘마녀사냥’이 2013년 8월 2일 방송을 시작한 지 2년 5개월 만에 막을 내린다. JTBC의 상징과도 같았던 예능일 뿐만 아니라 ‘히든싱어’에 이어 오랜 시간 JTBC를 이끌어온 장수 예능이기에 기약 없는 이별이 시청자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상황이다. ‘마녀사냥’이 어느 순간 힘을 잃고 위기에 빠진 시기가 있긴 했지만,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았다.
하지만 ‘마녀사냥’은 종영을 피할 수 없게 됐고 오는 18일 방송을 끝으로 시청자들의 곁을 떠난다. 시청자들도 ‘마녀사냥’의 종영이 당황스럽고 이는 제작진도 마찬가지일 터. ‘마녀사냥’의 김민지 PD는 덤덤하게 하지만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마녀사냥’이 연애를 다루는 유일한 프로그램인데 없어져서 아쉬운 마음이 있어요. 시청자의 입장으로 봤을 때는 MC들의 조합을 더는 볼 수 없다는 것도 아쉬워요. 녹화는 저번 주에 마무리 지어서 이번 주에는 녹화가 없었는데 담담했어요. 마지막 방송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아직 실감이 안 나는 것 같아요. MC들과 아직 마지막 식사자리는 못했어요. 다들 바빠져서 내년에 함께 하기로 했어요.”

‘마녀사냥’은 JTBC의 상징과도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개국 당시 JTBC 또한 타 종편 방송사와 마찬가지로 대중에게 외면받고 무시당했지만 ‘마녀사냥’이 JTBC의 이미지를 바꿔놓았다. 대중이 종편은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마녀사냥’의 등장은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19금 코드를 내세운 ‘마녀사냥’은 공중파에서는 금기시됐던 19금 이야기를 대놓고 풀어놓은 것은 물론 시청자들의 고민을 함께 푸는 방식으로 첫 방송부터 대박을 터뜨리며 ‘불금’을 책임지는 예능으로 등극,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아쉬운 상황이 됐다.
“‘마녀사냥’이 회생하지 못한 게 아쉬워요. 그래도 시청률이 잘 안 나와도 계속 방송할 수 있었던 건 JTBC에서 상징적인 의미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 상황을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온 것 같아요. 프로그램 성격상 금요일 밤 시간대를 지키고 싶었는데 신선한 예능들이 쏟아지면서 그 시간대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아요.”
하지만 ‘마녀사냥’은 지난 여름 김민지 PD가 ‘마녀사냥’으로 돌아오면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초심을 찾는 데 집중한 것. 그리고 그 시도는 통했다. ‘마녀사냥’을 떠났던 20~30대 시청자들이 돌아왔다.
“포맷은 살짝 바꾸고 나서 7~8월 VOD, IPTV 시청률이 올랐어요. 시청률로 봐서는 본방송을 안보지만 아직도 찾아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마녀사냥’을 새롭게 바꾼다고 하기보다는 저의 목표는 초심을 되찾는 것에 집중했어요. 떠난 20~30대를 돌아오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20~30대 비중이 늘어났죠. 제가 해야 하는 것들을 했고 그것이 수치로 반영이 안됐지만 시청률 외의 결과를 보면 생각대로 된 것 같아요.”
최근 다양한 예능프로그램 시청률이 인터넷, 모바일 등 달라진 플랫폼에 직접 영향을 받으면서, 시청률 하락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마녀사냥’의 변화 후 시청률이 폭발적으로 상승하지는 않았지만 TV 외 플랫폼에서 ‘마녀사냥’의 영향력은 여전했다.
“2부 ‘마녀리서치’에서 언급된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얘기가 이뤄지고 오프라인에서도 리서치 내용을 언급하더라고요. 젊은 시청자들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가 그들의 얘깃거리가 되길 바랐는데 반영이 되긴 했죠. 그리고 네티즌들이 그린라이트 박스가 어디로 오느냐고 묻고 미리 고지하면 오기도 하는 등 SNS에서는 반응이 좋았어요. SNS 반응은 좋았지만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았던 거죠. 그래도 20~30대가 돌아온 거를 보면 변화의 방향이 틀리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마녀사냥’이 끝내 저조한 시청률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지만 의미 있는 예능이라고 남을 수 있는 건 금기와도 같았던 성에 대한 얘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마녀사냥’ 스튜디오에 부녀, 모녀가 방청하러 오는 등 부모와 자식이 자유롭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마녀사냥’을 처음 시작했을 때 하고 싶었던 게 연인이든, 친구든, 부모든 ‘마녀사냥’을 통해 소통하는 거였어요. 혼자 고민하지 않고 함께 얘기하면서 고민을 나누는 거죠. 음지에 있던 걸 양지에서 얘기할 터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기대했던 대로 이원생중계에서 사람들이 솔직하게 얘기해줬죠. 성에 대해 음담패설처럼 얘기하는 게 아니라 건전하고 밝게 얘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마녀사냥’이라는 프로그램이 다들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듣거나 얘기하거나, 오픈할 자리를 마련해준 것 같아요.”
연애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고 여전히 많은 시청자가 ‘마녀사냥’에 사연을 보내 함께 연애 고민을 나누고 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예능 트렌드 속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kangsj@osen.co.kr
[사진] JTBC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