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마녀사냥’이 2013년 8월 2일 방송을 시작한지 2년 5개월 만에 막을 내린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19금을 코드를 내세워 선보인 연애프로그램으로, 남녀의 사랑에 대해 솔직한 얘기를 나누는 예능은 처음이라 방송 시작 당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마녀사냥’이 오늘(18일) 오후 10시 50분 123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JTBC의 상징과도 같았던 프로그램인 것은 물론 보수색채가 강했던 JTBC의 이미지를 단번에 ‘영(Young)’하게 만들어줬다. ‘마녀사냥’이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JTBC를 외면하던 시청자들을 하나 둘 끌어오기 시작한 것.
종편채널의 한계에도 불구,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발칙한 연애코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간 방송사에서 금기시 되던 19금 이야기들을 양지로 올려 청춘남녀들의 연애와 성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나누며 공감을 이끌어낸 것. 이에 ‘마녀사냥’은 19금 토크쇼의 역사에 한 획은 그은 획기적인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녀사냥’이 인기는 그야말로 ‘핫’했다. 지상파, 케이블을 포함해 이처럼 센세이셔널한 예능은 없었다. 이에 ‘마녀사냥’ 같이 ‘쎈’ 토크들이 주를 이루는 프로그램들은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단순히 수위 높은 토크들을 쏟아내는 데 집중해 생명력이 길지 못했다. 원조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마녀사냥’은 시청자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남녀의 성에 관한 이야기를 밝고 매끄럽게 끌고 가며 시청자밀착형 예능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린라이트’, ‘낮져밤이’, ‘오메기떡’ 등 재미있는 용어들을 탄생시켜 연애 트렌드를 이끌기도 했다. 스튜디오에 부녀, 모녀가 방청하러 오는 등 성에 대해 부모와 자식이 자유롭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이는 MC들의 역량도 큰 몫을 했다. 네 명의 MC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유세윤은 마치 술자리에서 얘기하듯 편하고 자유롭게 얘기를 나눴고 시청자들은 이들의 대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마녀사냥’이 농밀한 성적 농담에도 큰 논란이 되지 않았던 건 순전히 네 명의 MC와 패널들의 입담 덕분이다.
‘자타공인 19금 개그맨’ 신동엽은 장난기 넘치는 섹드립으로 성을 유쾌하게 논할 수 있는 재주를 지녔다. 허지웅과 성시경은 자칫 감정적으로 흐를 수 있는 사연의 사실관계를 바로 잡아 토론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왔다. 그들의 시니컬하고도 날카로운 촌철살인 조언은 ‘혹시나’하며 품고 있었던 미련을 떨쳐내기에 제격이었다. 유세윤은 섬세한 시선으로 MC들이 놓치고 가는 걸 잡아내 대화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지난 4월 하차했지만 원년멤버 곽정은, 한혜진, 홍석천도 ‘마녀사냥’에서의 활약은 대단했다. 곽정은과 한혜진은 여러 사례와 객관적인 설문조사 등을 바탕으로 여심을 낱낱이 분석했고 홍석천은 음지 문화로 평가받던 성소수자들의 문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정보와 웃음을 제공했다.
하지만 ‘마녀사냥’은 방송된 지 1년이 지난 후부터 시청자들로부터 변화를 요구 받았다. 프로그램 특성상 포맷에 크게 변화를 줄 수 없는 토크쇼의 경우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진행 패턴에 익숙해지면서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데 ‘마녀사냥’이 그런 경우에 해당됐다.
‘마녀사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하락한 시청률을 끌어 올리는 건 쉽지 않았고 동시간대 새롭고 신선한 예능들의 등장과 빠르게 변화하는 예능 트렌드 속에서 입지가 좁아졌다. 결국 ‘마녀사냥’은 막을 내리게 됐다.
그러나 분명한 건 ‘마녀사냥’이 19금 얘기도 유쾌하고 건강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최초로 보여준 유일무이한 예능이었다는 사실이다. /kangsj@osen.co.kr
[사진] 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