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다. ‘무한도전’에서 뜻하지 않았든, 일말의 의도가 있었든, 가발 홍보 논란에 휩싸이게 되면서 박명수가 느낀 게 많았을 거라고.
이번 ‘일’을 겪은 박명수가 의혹이 불거진 17일 당일 오후 SNS를 통해 심경을 밝혔다.
“2주 전 제작진으로부터 가발 촬영 관련해 제 동생이 운영하는 가발 매장의 촬영 협조 요청을 받았다. 급하게 장소를 구하는 제작진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고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 매장을 추천했고 이곳에서 곧바로 촬영이 진행하게 됐다. 방송에 출연하신 가발 전문가는 이 매장이 개업할 당시 제가 방문해서 같이 사진만 찍었을 뿐, 친분이 없어 이번 촬영 당일 어색한 사이였다. 제가 ‘이 가발 매장에 첫 방문 했다’라는 기사가 나왔는데 이는 가발업체 직원분이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입장을 밝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자신과 관련이 없는 업체라고 선을 그었다. “박명수의 가발이야기는 동생이 2012년 홀로 설립한 회사로 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짧은 생각에 섭외가 용이한 촬영 장소로만 생각했다. 방송에는 상호가 노출 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 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회사이름에 제 이름이 들어가 있고, 홈페이지나 매장에 제 사진이 실려 있어 홍보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은 제 불찰”이라며 “신중하게 생각하고 판단했어야 하는데 촬영이 재밌게 진행돼 큰 웃음을 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사과했다.
자칫 자사 가발 업체를 홍보했다는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여, 머리가 많아보였으면 좋겠다는 한 시청자의 오랜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던 박명수의 진심에 금이 갈 뻔 했다. 가발 홍보 논란이 그의 발 빠른 사과 덕분에 일단락된 듯하다.
어떠한 문제가 생기면 빠르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제작진이 박명수가 뜻하지 않게 가발회사를 홍보했다는 논란에 휩싸이자, 하루를 채 넘기기 전에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사과했다. 예상했던 수순이었다. 쌀 한 톨 만큼의 크기라도 불필요한 의혹을 남기지 않겠다는 제작진과 ‘무도’ 멤버들의 의사를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또 10년 동안 충성스런 사랑을 보내준 애(愛)청자들에게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한 신호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박명수는 티끌 하나 없는 유재석 만큼은 아니지만, 그동안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착실하게 사는 연예인 중 한 명이었다. 예능에서 함께 출연한 게스트들에게 본의 아니게 막말을 해 상처를 준적은 있었어도, 물의를 일으켜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적은 없었다.
거침없이 호통을 친 것도 모두 센 캐릭터 유지를 위해서였지 수차례 미안하다고 밝혔었다. 그가 진행하는 KBS 라디오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도 “미안합니다”고 밝혀온 그였다.
하지만 이번에 가발을 홍보했다는 의심을 받으면서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을 터이다.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어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그것을 홍보했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2주 전에 연락을 받았고’ ‘방송에 업체명이 노출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무한도전’에서 촬영을 한다는데 협조를 거절할 업체가 없을 터이고, 눈과 손이 빠른 네티즌들이 해당 업체를 찾는 데는 하루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사실 ‘무한도전’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방송에 한 번 나왔다하면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예상치 못했다는 것은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대체로 의도가 없었을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앞으로 두고두고 언급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논란에 제작진과 박명수가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공식적 차원의 사과를 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이 이를 거부할 명분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간을 계속 끌었을 경우, 되레 트집 잡기가 될 수도 있었으나 제작진은 이번에도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 매사 조심 해야 하고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무한도전’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한다./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