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멤버들을 너무 좋아해서 눈물이 날 것 같다.”
배우 황석정의 작별인사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꼈다. 그는 지난 18일 MBC 예능 ‘나 혼자 산다’를 떠나면서 “이사하는 날 엄마가 허리 수술을 하셨다. 그래서 평생 모시고 살기로 결심했다. 좋은 남자를 만나 멋지게 나가고 싶었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가족이 행복해졌고 이렇게 탈퇴하는 것도 굉장히 큰 행복이라고 느꼈다. 6개월 간 여한이 없었다”고 하차 소감을 남겼다.
앞서 황석정은 지난 4월 30일 무지개 라이브에 출연해 시선을 집중시킬 만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 고정 멤버로 발탁됐고 혼자 사는 40대 미혼 여성의 삶을 공개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의 여배우들과 달리 황석정은 솔직하고 털털하다. 애정 많은 그녀의 말투와 행동을 보고 있으면 그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왠지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고 싶을 만큼 사람을 끄는 마력이 있다.
황석정이 ‘나 혼자 산다’에서 갑작스럽게 하차를 결정한 이유는 살던 아파트가 재건축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 6개월가량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무지개 멤버들과 많은 정을 쌓았기에 떠나고 싶지 않았을 테지만 어머니를 모시게 되면서 더 이상 ‘나 혼자’ 사는 삶이 아니게 돼 본의 아니게 하차를 하게 된 것이다.
황석정은 이사하기까지 자금 문제로 걱정이 많았음을 토로했다. “급한 마음에 예전에 다녔던 경매학원 대표님에게 도움을 요청에 경매에 참여했다. 기대를 안했는데 (낙찰)됐다. 이 집은 나의 운명과도 같다”고 했다. 이사한 집에는 카페 공사가 한창이었다. 앞으로 동생이 카페를 운영하고, 지하 1층과 지상 2~3층은 황석정과 어머니의 주거공간으로 이용될 계획이다.
그녀는 일손을 보태러온 전현무 김동완에게 모과차를 대접하며 문을 달아달라고 요청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두 사람이 ‘왜 그렇게 이사를 급하게 하셨느냐’고 묻자 “(보증금)천만 원에 월세 35만원이라 저렴해서 살았는데 내년까지 재건축을 안 한다고 하다가 갑자기 한다며 나가라고 하더라. 사실 전세금도 없었다. 실질적으로 대출도 50~60% 밖에 안 되더라. 돈 내는 날까지 부랴부랴 빌렸다. 많이 갚아야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 같은 구구절절한 사연을 밝히기도 부담스럽고 꺼려하는 연예인이 많을 텐데 그녀는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고 되레 손님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했다.
황석정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패션잡지 편집장 김라라 역할을 맡아 메소드 연기를 펼쳤다. 재벌가의 철없는 막내딸로 분한 그는 등장하는 장면마다 맞춤옷을 입은 듯 완벽하게 역할을 소화했다.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임에는 틀림없다.
황석정은 라라처럼 과장된 대화법이 아닌 무심한 듯 이야기를 툭툭 던지며 민망함에 깔깔깔 웃는 모습으로 친근하게 다가왔었다. 물론 매력적인 목소리와 실감나는 이야기 전달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집으로 무지개 회원들을 초대한 후 밥과 차를 대접하고, 포옹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깊은 인간애를 드러냈다. 비록 ‘나 혼자 산다’를 떠나지만 그녀가 보여준 따뜻한 모습은 영원히 기억될 것 같다./ purplish@osen.co.kr
[사진]‘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