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응답하라 1988'의 많은 시청평 중 하나는 '사랑과 인생은 정봉이처럼'이란 말이다.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문구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1988'에서 배우 안재홍이 연기하는 김정봉은 사실 어딘가 많이 부족하고 허술해보이는 캐릭터다. 그렇기에 보는 이에게 긴장을 풀게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지닌 장점을 찾게 하는 인물이다.
이런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한 정봉이의 장점과 매력이 회가 거듭될수록 폭발력을 지닌다. 사실 극 중 여러 주인공들 속 정봉이야말로 '어메이징'한 인생을 살고 있나는 반응.
엄마 라미란의 소원인 대학 합격에는 번번히 실패하고, 사실 몸도 약하나 가장 하고싶은 것을 하며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자가 정봉이다.
정봉은 일명 '덕후' 기질이 농후한데 18일 방송에서는 그의 7년 재수생활의 시작이 부루마블 게임임이 밝혀졌다. 게임 버블버블에 열광하는가하면(더불어 실력도 좋다) LP를 모으는 나름 고급스러운 취미도 갖고 있다. 이쯤되면 마니아 문화의 선두주자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정봉은 자신을 존경하는 사람도 갖고 있다. 덕선의 동생 노을(최성원)이다. 노을은 정봉에게만큼은 항상 존경과 사랑의 의미를 담아 활짝 웃음을 짓고 그에게 조언을 듣고 감명한다. 노을에게 있어 정봉은 굉장히 닮고 싶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운도 기가막히게 좋다. 물론 대학과는 인연이 없는 듯 하지만, 차곡차곡 모은 복권이 당첨되는 횡재수를 가졌고, 여기에 무속인에 다르면 대운도 들어왔다. 이 대운은 그와 러브라인을 그리고 있는 만옥(이민지)일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인데, 극 중 만옥은 실로 '대단한' 재력을 가진 집안의 딸로 그려지고 있다.
의미있는 것은 '돈'이 아닌 '사랑'으로 이 같은 엄청난 운을 자기것으로 만든다는 것에 있다. 복권도 순전히 수집 사랑의 결과였으며, 만옥 역시 첫눈에 반한 운명적인 사랑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상대 역시 자신을 사랑한다는 기적을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공부도 잘 하고 멋짐이 가득한 동생 정환(류정환)의 가슴앓이 사랑에 비하면 얼마나 순탄한가.
더욱이 정봉은 로맨티스트다. 교통사고로 병원에서 꼼짝 못하는 만옥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깥'이란 사실을 전해듣자 그가 만옥에게 선물한 편지는 감탄을 자아낸다. 그는 만옥에게 부루마블 게임의 최상 카드라고 할 수 있는 황금열쇠 카드를 선사했다.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여기에는 간결하면서도 많은 의미가 부여됐다. 한껏 단장을 하고 병원에 갔지만, 막상 직접 전달할 용기가 없어 간호사를 통해 전달하는 순수함은 사랑의 기폭제가 됐다.
앞으로의 인생이 더 기대되는 정봉은 정말 '착한' 인물이기에 그런 복을 축복해주게 만든다. 친동생 뿐 아니라 동네 동생들을 아끼고, 부모님 생각할 줄 알며 배려심 강하고 말도 예쁘게 하는 정봉은 순수해서 아름답다. 그가 행운의 편지를 써 놓고도 택(박보검)에게는 차마 보내지 못해 이름을 지우는 모습은 그의 이런 한 단면을 보여준다. / nyc@osen.co.kr
[사진] tvN, '응답하라 1988'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