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현장]예약 전쟁부터 왕복 3시간 관람까지, ‘무도빠’ 되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12.20 08: 05

혹시 몰라서 예매를 했습니다. 국민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니까 쉬는 날 굳이 왕복 3시간 거리인 일산 킨텍스까지 다녀왔습니다.
MBC ‘무한도전’이 10주년을 돌아보는 엑스포를 열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개막, 내년 1월 31일까지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 2A홀에서 열립니다. 사람이 몰려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 예약을 한 시간대에만 관람할 수 있습니다. 1000원의 관람료, 수익금은 전액 기부됩니다.
‘무한도전’ 엑스포와의 인연(?)은 지난 4일 정오부터였습니다. 이날은 지마켓을 통해 사전 예약을 받는 날, 예상대로 많은 네티즌이 몰려 방문 폭주로 접속이 어려웠습니다.

MBC 담당 기자 생활 어언 4년, ‘무한도전’의 큰 인기는 이미 몸서리치게 알고 있기에 4명의 후배 기자와 함께 ‘무한도전’ 팬들과 ‘티켓 전쟁’에 출전했습니다. ‘무한도전’이니까 MBC가 기자들에게 사전 공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해야 했습니다.
5명의 기자 중 뮤지컬 티켓 전쟁에 여러 번 출전한 경험이 있는 ‘덕후’ 기자 A와 비교적 나이가 어린 ‘신의 손’인 1년차 기자 B가 성공했습니다. 그 사이 분명히 마우스를 눌러대던 기자의 PC와 스마트폰 지마켓 애플리케이션은 접속이 불가하다는 화면이 반복해서 떴습니다. 접속은 안 되는데 첫날 첫 번째 시간인 오전 10시대 티켓이 점점 줄었습니다. 진정한 신의 손들을 목격한 후 구매한지 1년이 된 컴퓨터와 그동안 큰 불만 없이 쓰던 스마트폰을 노려봤습니다.
지마켓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 문의 증가로 통화 대기가 15분 이상 걸렸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습니다. 어렵사리 지마켓 상담원과 통화가 됐습니다. 친절한 목소리가 반가웠습니다. 언제 정상화될지 모른다는 상담원의 미안한 마음이 가득한 목소리를 듣고, 다시 MBC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동시 접속자수를 최대 20만 명으로 생각해 대비했지만, 그 이상으로 몰리면서 문제가 생겼답니다. 정오에 시작해 30분도 안 돼 멈춘 이날 사전 예매는 2시간여가 지나서야 정상적으로 진행이 됐습니다. 시청자도 ‘예매와의 무한 도전’을 했습니다. 그날 하루종일 ‘무한도전 엑스포’가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 1위를 장식했습니다.
정식 개막 전 MBC는 취재진에게 사전 공개를 했습니다. 이미 예매해놓은 티켓을 취소할 것이냐를 고민했지만 ‘무한도전’ 팬들과 함께 엑스포를 관람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자의 공식 휴무이자 첫째 날 오전 10시까지 강남에서 일산을 가는 수고로움을 택했습니다. 지하철만 편도 1시간 10분을 탔습니다.
예상대로 많은 관람객이 모였습니다. 안내원의 설명대로 질서정연하게 줄을 선 후 엑스포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무한도전’ 상품을 파는 가게와 굶주림을 참고 먼 길을 왔을 관람객을 위한 어묵 가게였습니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 있는 유명 어묵은 종류별로 2000~4000원 정도 합니다. 아침을 굶고 와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맛있습니다. ‘무한도전’ 재치가 느껴지는 ‘무리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리수라는 글자가 박혀 있는 생수입니다. 정준하 씨가 쉴 새 없이 마셨었죠. ‘무한도전’의 캐릭터의 이름이 ‘무도리’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무도리’ 캐릭터로 만든 다양한 상품들이 엑스포에서 관람객의 발걸음을 붙들고 있더군요.
이곳저곳 둘러보니 모두들 웃는 표정으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멤버들의 얼굴이 담긴 팻말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멤버들의 흔적이 있는 ‘무한상사’ 사무실을 둘러보며 모두들 웃습니다. 가장 시선을 빼앗은 곳은 체험 시설들입니다. 조정 기구를 타보거나, 기차와 달리기 경기 등에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습니다.
물론 ‘무한도전’ 팬들이 아니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는 구성입니다. 사실 엑스포라는 게 이해하기 쉽게 만들다 보면 거창한 구성일 수 없을 겁니다. 이번 엑스포도 어떻게 보면 ‘무한도전’ 멤버들의 사진과 단순한 체험만 있으니까요. 다만 이 프로그램의 팬들이라면, ‘무한도전’ 방송 내용을 꿰뚫고 있다면 곳곳에 의미 있는 구성이 많습니다. ‘무한도전’의 팬은 아니지만 그래도 담당 기자로서 이 프로그램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본 저 역시 사진을 보고 지난 10년간의 감동과 재미를 다시 느끼는 기분이었습니다.
멤버들의 진솔한 속내를 엿볼 수 있었던 ‘쉼표’ 특집 속 야외 간이 의자에 앉아 ‘유느님’ 유재석 팻말과 사진도 찍을 수 있고요. ‘무한도전’의 크고 작은 사건을 돌아보는 ‘무한도전 10년 뉴스’, 올해 ‘무한도전’ 멤버들의 활약을 엿볼 수 있는 사진전도 있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MBC가 마련한 작은 행사가 있습니다. 첫날에는 그룹 방탄소년단이 ‘쇼! 음악중심’의 사전 녹화를 엑스포 현장에서 진행했습니다. 엑스포 기간 내내 비정기적으로 이 같은 행사가 많이 마련돼 있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과 영상 통화를 할 수 있는 시간도 준비돼 있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지난 11년여 동안 다양한 특집을 꾸리면서 느낀 복불복처럼 관람객 역시 이 같은 깜짝 행사를 만날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관람객의 표정을 보니 ‘무한도전’과 쌓아온 추억을 이야기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듯 보였습니다. 1시간여의 관람을 마치고 나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예능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무한도전’의 인기 원동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강추위를 뚫고 친구 혹은 연인, 가족끼리 엑스포를 찾아 이 프로그램을 추억하고 체험하는 일을 즐겨하는 이 땅의 ‘무한도전’ 팬들이 있기에 엑스포가 열릴 수 있었고, 11년여 동안 방송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대화역 인근 커피숍에서 차를 마셨습니다. 직원들끼리 ‘무한도전’ 엑스포가 열린다며 가고 싶다는 수다를 떨더군요. 제가 그런 ‘무한도전’ 엑스포를 다녀왔습니다. / jmpyo@osen.co.kr
[사진]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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