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희생으로 봉사하며 모든 것을 사랑으로 보살펴주는 엄마. 자식을 기르면서 그 어떤 보답이나 상당의 댓가를 바라지도 요구하지도 않는다.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자존심따위는 주저없이 버리고 어느 앞에서나 머리를 숙이며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엄마도 여자이기에, 사랑받고 사랑할 자유가 있다.
예부터 여자는 남편에게 내조를 해야하고, 늙어서는 자식을 섬겨야 한다는 말은 엄마의 위치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다. '엄마'의 차화연은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서 네 남매를 독하게 키워왔다. 먹고 사느라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 이제는 아이들도 자라서 어른이 됐고 먹고 살만해졌기에 노년을 함께 보낼 동반자가 있어도 될법한데 자식들의 욕심 덕분에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9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엄마'(극본 김정수, 연출 오경훈 장준호) 31회에서 윤정애(차화연 분)는 한결 같은 사랑을 보내는 엄회장(박영규 분)의 프러포즈를 거절하고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네 남매의 엄마로 살기로 선택했다.
엄회장이 자신 때문에 상사병에 걸리자 청국장까지 손수 만들며 마음을 표현한 정애였다. 그러나 그녀는 자식들을 포기할 수 없는 '엄마'였다. 다른 식구들은 엄마의 연애를 응원했지만, 유독 큰 아들 영재(김석훈 분) 만큼은 엄마의 결혼을 극구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날 엄회장은 정애에게 "저 퉁퉁장을 평생 먹고 싶다"면서 '저와 결혼해달라'는 말보다 좀 더 현실적이고 애틋한 고백을 했다. 많은 중년들이 공감할만한 대사였다. 엄회장은 그러면서 정애의 머슴으로서 한 평생 충성을 다해 모시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정애는 여자이기 전에 4남매의 엄마임을 강조했다. "애들은 늙어죽도록 지들 엄마로 남길 원한다. 특히 큰 아들은 회장님과 인연을 맺으면 저를 평생 안 볼 것이다. 제 복에 어떻게 회장님 같은 분과 인연이 되겠냐. 고마운 마음으로 남몰래 추억하겠다"며 거절했다.
엄회장이 정애의 추억 속에 남자가 될 수 없다고 했지만 정애는 아들과 바꿀 수 없다며 제 행복보다 자식의 행복이 우선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해 안타까움을 배가시켰다.
윤정애를 연기하는 차화연이 엄마 역할을 잘 소화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계산된 연기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여전히 고운 외모와 부드러운 목소리 또한 남다르다. '엄마' 속 윤정애라는 인물에 완전히 몰입해 자신의 톤과 분위기를 한껏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아들의 반발에 휩싸인 정애가 엄회장을 포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중년의 사랑이 맺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엄회장 역의 박영규와의 로맨스 연기가 '엄마'를 보는 재미를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차화연과 박영규의 차진 호흡이 기대되는 이유다./ purplish@osen.co.kr
[사진]'엄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