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동상이몽' 탈북소년의 작지만 원대한 꿈
OSEN 박꽃님 기자
발행 2015.12.20 06: 59

‘동상이몽’에 최초로 탈북 모자가 등장했다. 격투기 선수를 꿈꾸는 아들과 링 위에서 두들겨 맞고 피 흘리는 아들을 보면서도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괴로워하는 엄마.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사연이었지만 이 모자의 관계는 조금 더 특별했고, 그래서 보는 이들에게 더욱 진한 여운을 남겼다.
지난 19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에서는 UFC 세계 챔피언을 꿈꾸는 탈북소년 장정혁 군과 이를 결사반대하는 엄마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엄마는 목숨을 건 북한 탈출기를 들려줬다. 갑작스런 이혼으로 살기 어려워진 그는 더 이상 부모님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탈북을 결심했다. 처음부터 한국으로 오려던 건 아니었다. 중국으로 넘어가 일을 하다 재차 북송 된 그는 감옥에 수감되어 말 못 할 고초를 겪었고, 그럼에도 살길을 찾기 위해 한국행을 결심했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그는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한국으로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다. 이렇게 죽음을 무릅쓰고 자유를 찾은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이였다.

특히 엄마에게 아들은 자신의 모든 것과 같았다. 이런 아들이 격투기 선수를 하겠다고 나서자 엄마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저 아들이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만을 원하며 그 꿈을 숱하게 반대해왔지만 아들은 쉽사리 열정을 굽히지 않았다. 그가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한국에 오기 전 중국에서 지낼 때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사람 취급을 해주지 않고 온갖 괴롭힘과 구타를 일삼는 이들 때문에 아들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이것은 자연스레 격투기 선수를 향한 꿈으로 이어졌다. 또한 격투기에 대한 그의 열정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정혁 군은 “내가 격투기로 성공한다면 우리 같은 탈북자들도 남한 사람 못지않게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며 “한국 땅에 탈북자가 3만 명이 있는데 대부분 아픔을 가지고 있다. 탈북자도 남한 사람 못지않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싶다.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라고 굳은 신념을 밝혔다.
힘들지만 즐겁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격투기라는 길을 찾은 아들은 운동을 할 때 가장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엄마는 아들의 꿈을 말리지도 응원하지도 못했다. 또한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겪었던 고문 때문에 몸이 망가져버린 엄마는 일을 해 아들의 뒷바라지를 할 수 없는 형편 때문에 더욱 가슴 아파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꿈을 향한 아들의 의지는 강했다. 프로데뷔를 준비하며 아직 아마추어 대회 출전 경험도 적은 그지만 격투기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누구보다 컸고, 이로 인해 성공을 거둬 엄마에게 효도를 하려는 결심 또한 확고했다. 분명 쉽지만은 않은 길일 것이다. 그러나 한번 건 목숨, 두 번 못 걸라는 법 없다며 다짐하는 정혁 군의 투지와 열망에선 그가 원하는 꿈이 언젠간 현실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가능성이 엿보였다. 눈물로 격투기를 말리는 엄마에게 자신을 지켜봐달라고 당부한 아들. 언젠가 UFC 세계 챔피언 대회에 당당히 선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응원해본다.
한편 '동상이몽'은 사춘기 초중고 일반인 10대 자녀와 부모가 갖고 있는 고민들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내는 프로그램으로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45분에 방송된다. / nim0821@osen.co.kr
[사진] ‘동상이몽’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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