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정우, '우결'보다 더한 브로맨스[히말라야 돌풍②]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5.12.20 08: 34

여기저기 브로맨스 풍년이다. (브로맨스는 브라더(brother)와 로맨스(romance)를 합성한 신조어로, 영화나 드라마 등 대중매체에서 남자와 남자의 관계가 로맨스 못지 않게 친밀하고 비중있게 그려질 때 사용한다.) 올해 영화계는 유독 브로맨스를 그리는 작품들이 많았다. 김윤석·강동원의 활약이 돋보였던 '검은 사제들'이나, 이병헌·조승우의 콤비 플레이가 극찬 받았던 '내부자들'이 대표적. '베테랑'이나 '사도' 등도 두 남자의 갈등을 중심으로 극을 풀어갔다는 점에서 브로맨스에 가까웠다.
개봉 첫 주말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영화 '히말라야'(이석훈 감독) 역시 근본적으로 죽음을 뛰어넘은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란 점에서 브로맨스 영화로 분류할 수 있다.
배우 황정민과 정우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휴먼 원정대의 이야기를 그린다. 황정민이 휴먼 원정대의 대장인 엄홍길 역을, 정우가 엄홍길과 동고동락한 후배 박무택 역을 맡았다.

황정민은 영화 '신세계'에서 잔인하지만, '브라더'에 대한 의리와 우정만큼은 끔찍했던 조직폭력배 정청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너는 내 운명', '남자가 사랑할 때' 등의 영화에서의 순애보적인 로맨스 연기에도 탁월한 그지만, 역시 그는 남성 관객들의 보편적인 정서를 자극하는 마초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때 많은 지지를 받는 편이다.
그런 황정민이 '히말라야'에서 그려낸 엄홍길은 산에 푹 빠져있는 고집쟁이지만, 함께 산에 오르는 '산쟁이' 동료들을 위해 목숨까지도 내놓을 수 있는 뜨거운 마음의 리더다. 누구보다 산을 잘 알고 있기에 함께 있으면 의지가 되는 실력자이기도 한 그는 거칠고 무뚝뚝하지만, 동료들에 대한 의리와 책임감만큼은 누구보다 깊다.
정우는 그런 엄홍길의 팀에 합류한 막내 대원 박무택으로 등장해 초반 티격태격 '케미스트리'를 만들어 낸다. 모든 브로맨스가 그렇듯이 두 남자가 친밀해지는 과정은 로맨스 영화 속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비슷하다.
엄홍길은 위험에 빠진 동료를 위해 목숨걸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산에 남는 초보 산악인 박무택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몇년 후 박무택은 그의 칸첸중가 원정대 막내 대원으로 합류하게되고, 산을 사랑하는 마음과 집요한 의지가 닮은 두 사람은 함께 정상정복을 하고 기록을 만들어 내며 끈끈한 동료애로 묶인다.
많은 이들이 예상하듯 영화는 후반부 관객들을 울게 만든다. 비교적 절제가 돼 있다는 평을 듣는 작품임에도, 마지막에 가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것은 초반부, 황정민·정우가 만들어 놓은 탄탄한 브로맨스 덕분이다. 엄홍길이 목표를 향해서라면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앞으로 나가는 고집쟁이 리더라면, 박무택은 그런 리더를 우러러 보는 것을 넘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따르는 후배다. 정우는 황정민이 그리는 인간적인 리더 엄홍길의 옆, 순박하면서도 남자답고 뜨거운 박무택의 캐릭터를 개성있게 그려냈다. "명령"이라는 말에 모두가 떠나더라도, 홀로 산에 오르는 리더의 뒤를 따라가는 의리 넘치는 인물이 바로 박무택이다.
정우가 보여주는 박무택의 캐릭터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남자다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출세작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더 저돌적이란 면에서 다른 색을 가진 인물이다. 정우는 황정민과 함께 '히말라야'에서 그야말로 손발이 착착 맞는 연기를 보여준다. 자타 공인 국민 배우 황정민의 연기는 물론 긴 말이 없는 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의 옆에서 존재감을 뿜어내는 정우의 활약을 칭찬해줄만 하다.
어쩌면 '히말라야' 속 브로맨스는 로맨스보다 더 끈끈하다. 죽음을 가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배우의 설득력 있는 연기는 왜 이들이 이런 우정을 갖게 됐는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또생사를 함께 해 온 두 남자의 뜨거운 우정은 '왜 휴먼 원정대를 만들어야 했나', '왜 산에 오르나' 등 '히말라야'를 볼 때 떠오를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질문들에 답을 제공해 준다. 과연 관객들은 또 한 번의 브로맨스에 응답을 해줄까? 기대감을 낳는다. /eujenej@osen.co.kr
[사진] '히말라야'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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