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반복되는 추격전을 또 한 번 뒤틀었다. 단순히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변주하며 색다른 그림 속 흥미로운 추격전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실제 경찰이 멤버들을 쫓는 구성을 선택했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지난 19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지난 2월 이후 10개월 만에 추격전이 펼쳐졌다. ‘무한도전’ 시청자들의 불만을 해결하는 불만 제로 특집에서 추격전을 왜 방송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 ‘무한도전’은 멤버들이 서로의 뒤통수를 치는 지략 대결, 연합과 배신이 판치는 추격전을 때마다 방송했다.
올해 10주년이 된 이 프로그램은 비인기 스포츠 도전과 시청자 참여, 지식 대결 등과 함께 꾸준히 방송하던 특집이 있는데 바로 추격전이다. 멤버들은 추격전의 달인이 됐다. 제작진 역시 새로운 추격전을 만들어 반복되는 그림이 되지 않게 노력하는 중. 시간 이동 설정을 가미했던 2013년 관상 특집, 상황극을 추가했던 지난 해 ‘군도’ 특집이 그랬다. 추격전에 익숙해져 있는 멤버들이 새 판을 짤 수 있도록,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도록 제작진의 부가 장치는 언제나 재기발랄했다.
멤버들 역시 성장하거나 퇴보했다. 이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사기의 제왕으로 꼽히는 노홍철이 정준하에게 뒤통수를 맞기도 하고, 어느새 유재석도 사기에 능숙해진 캐릭터가 되는 등 추격전이 첫 방송된 후 7년간 변화는 상당했다. 이번 ‘무도 공개 수배’ 특집은 여러모로 관전 지점이 많은 방송이었다. 합종연횡과 지략 대결에 익숙한 노홍철이 없을뿐더러 광희라는 새로운 인물이 투입된 터라 추격전의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 추격전 신생아인 광희가 이미 다양한 경험이 있는 형들과 경쟁 상대가 되기란 쉽지 않을 터다. 더욱이 정형돈의 잠정 활동 중단으로 멤버들은 홀수인 5명인 상황.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되는 연합 자체가 쉽지 않은 그림이다.
이 가운데 제작진은 멤버들간의 대결이 아니라 새로운 대항마를 투입했다. 바로 실제 경찰이 멤버들의 뒤를 쫓는 추격전을 만든 것. 광희가 형들에게 치일 염려도 없을뿐더러, 멤버들간의 뒤통수를 치는 일보다 실제 경찰의 포위망을 피하기 위해 애를 쓰는 분투기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찰들의 놀라운 통찰력과 송곳 같은 추리력은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냈다. 편안하게 농담을 하는 듯 보이나, 멤버들의 동선을 미리 예측해 잠복하는 수사 기법이 추격전의 긴장감을 높였다.
추격전은 예상 못한 반전의 묘미가 있는데, 경찰들의 예리한 분석과 이를 피하기 위해 꼼수 말고는 방법이 없는 멤버들의 도망기가 상당한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무도 공개수배’는 경찰들과 함께 하며 추격전의 변주에 성공한 동시에, 멤버들의 변화로 제대로 된 추격전을 벌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한 방에 날려버렸다. 더불어 구수한 부산 사투리 속 범상치 않은 입담을 뽐내는 경찰들의 수다 역시 예상 밖으로 재미를 선물했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