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어를 보면 그 해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올해 연예계를 강타한 유행어는 예능프로그램과 논란에서 시작됐다. 강렬한 말 한마디만 봐도, 올 한해 연예계는 참 다사다난했다.
# 1. 이태임: 너 어디서 반말이니 vs 예원: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
배우 이태임과 가수 예원이 MBC 예능프로그램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촬영장에서 신경전을 벌인 사건은 희대의 유행어를 낳았다. 초반 이태임이 예원에게 일방적으로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뒤늦게 촬영 영상이 공개되며 파문이 커졌다. 영상 속 이태임은 예원에게 “너 어디서 반말이니?”라고 따지고, 예원은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라고 맞섰다. 이 영상은 예원의 거짓말 의혹으로 번졌고, 한 치킨업체 광고와 tvN ‘SNL코리아’ 패러디물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 2. 제시: 디스 이즈 컴피티션(This is Competition)
제시는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1’에 출연해 이 한 마디로 주목받지 못하는 래퍼의 설움을 날렸다. 제시는 이 말로 다른 출연자들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동시에, 기선제압을 하는데 성공했다. 제시의 리듬감 넘치는 이 말은 매력적인 ‘센 언니’ 캐릭터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 됐다. 또한 제시가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말은 거침 없이 한다는 성격을 확실히 보여주며 이후 나온 시즌 2의 상징처럼 됐다.
# 3. 블랙넛의 저주: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
엠넷의 또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4’는 블랙넛이라는 ‘이슈메이커’를 만들었다. 선정적인 것은 물론이고 인성 논란으로 번졌던 블랙넛은 아무리 경쟁을 펼쳐도 결국에는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송민호가 우승을 할 것이라는 비아냥인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로 큰 파장을 야기했다. 이후 송민호는 자신의 실력으로 ‘이래서 우승은 송민호다’를 보여줬지만, 한동안 블랙넛의 저주가 일으킨 파급력은 컸다.
# 4. 백종원: 싸악~그럴싸하쥬?
요리 연구가 백종원은 2015 최대 히트 상품이다. 친근한 말투로 대중과 소통하며 요리를 소개하는 백종원은 시청자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위안의 ‘아이콘’이었다. 쉽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법을 알려주며 큰 인기를 누렸다.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tvN ‘집밥 백선생’의 흥행을 이끌었다. 특히 “싸악~그럴싸하쥬”, “맛있겠쥬?”라고 묻는 사투리 섞인 말투는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5. 김영철: 힘을 내요 슈퍼파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김영철이 뜬금 없이 이 말을 내뱉었을 당시. 유행어가 되리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게스트 출연 특집이었던 ‘무도 큰잔치’에서 현주엽을 응원하기 위해 적막을 깨고 이 노래를 불렀던 김영철. 정말 맥락 없이 뜬금 없이 노래를 부른 김영철의 노래와 이 노래를 듣고 힘이 빠진다는 현주엽의 투정은 큰 웃음을 선사했다. 김영철은 이날 방송을시작으로 ‘일밤-진짜 사나이’, ‘무한도전’ 식스맨 특집에 연달아 출연하며 대세 개그맨이 됐다.
# 6. 유아인: 어이가 없네
천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베테랑’의 명대사다. 조태오(유아인 분)는 끔찍한 악행을 저지르고 도리어 뻔뻔하게 ‘어이가 없네’를 내뱉었다. 유아인의 죽도록 미운 표정은 천인공노할 사회지도층인 태오의 뻔뻔한 악마 같은 면모가 극대화됐다. 이 영화는 유아인의 ‘어이가 없네’와 서도철(황정민 분)의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또 다른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도철의 이 대사는 강수연이 평소 자주 쓰는 말을 류승완 감독이 양해를 구하고 사용하면서 극의 맛깔스러운 매력을 높였다.
# 7. 최시원: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데
올해 최시원은 MBC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연기력과 대중성을 확 높이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망가지는데 멋있는 김신혁을 연기했는데 하반기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데’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다. 부정확한 말 표현인 이 문장은 신혁이 때마다 말하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드라마는 김라라 편집장(황석정 분)의 독특한 어감이 눈에 띠는 ‘모스트스럽게’도 꽤나 여러 번 나오며 시청자들이 읊조리게 만들었다.
# 8. 모든 아이돌의 전유물: 나꿍꼬또 기싱꿍꼬또
한 아이가 ‘나 꿈꿨어 귀신 꿈꿨어’를 ‘나꿍꼬또 기싱꿍꼬또’로 말하는 영상이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다. 마치 인형을 보는 듯 귀여운 아이가 애교 가득한 표정과 말을 할 때 많은 ‘인터넷 삼촌과 이모’들은 입이 귀에 걸렸다. 그리고 이 말은 아이돌그룹 멤버라면 한 번씩은 해보는 유행어가 됐다. 한동안 연예정보프로그램은 이 말을 하는 스타들의 모습이 한번씩은 등장했다.
# 9. 이애란: 못 간다고 전해라
네티즌이 탄생시킨 유행어였다. 가수 이애란의 ‘백세인생’은 인터넷 게시물로 화제가 된 후 노래가 사랑받는 ‘역주행’의 주인공이 됐다. 무명 가수였던 이애란은 이 게시물로 웬만한 네티즌이 다 알고 있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됐다. 가사마다 ‘전해라’라고 끝나고, 인생의 회한을 담은 이 노래는 이애란의 구성진 노래가락과 어울리며 큰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까지 출연하며 전국구 인기 스타로 떠올랐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엠넷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