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K팝스타'는 심사평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세 심사위원의 입담은 참가자들의 탁월한 재능에 양념처럼 어우러져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고 공감을 일으킨다. 박진영이 조금은 과장된 표현과 행동, 탁월한 표현력으로 시청자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게 한다면, 모더레이터 역할을 하는 유희열은 촌철살인 허를 찌르는 한마디로 웃음을 주는 편이다.
거기에 양현석은 프로듀서, 한 회사의 수장으로서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 나오는 따뜻하고 현실적인 조언으로 무게감을 담당한다. 특히 YG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의 심사평은 직관적인 JYP 박진영 수장의 심사평과는 또 다르게, 그가 경험하고 살아온 인생의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있어 경쟁에 지친 참가자들에게 위로를 준다. 또 그는 쉬우면서도 재밌는 비유를 사용하고는 하는데, 주로 일상적인 언어들을 사용한 표현법이 듣는 이들의 마음에 쉽게 와닿는다.
양 대표는 지난 20일 방송된 'K팝스타5'에서도 따뜻하지만 의미있는 조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번 무대에서 "난해하다"는 평을 들었던 우예린이 눈물을 흘리자, 위로를 건넨 것.
그는 "본인이 개인적으로 어려움이 수반된 가사인지도 모르겠다"며 "TV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더 많은 연배의 분들도 느끼겠지만 우리도 매일매일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하고 산다. 사회에서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번다고 그런 것들이 없지 않다. 나도 매번 고통을 겪고 산다. 뭔가 아픔이 있구나 싶어서 말씀드린다. 그런 걸 이겨내야 훌륭한 뮤지션이될 수 있고, 훌륭한 사회인이 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올해로 5년 째를 맞이하는 'K팝스타'에 출연하기 전, 양 대표의 이미지는 호불호가 분명한 호랑이 사장님이었다. 신인 가수를 키우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등에서 연습생을 대하는 그는 제대로 된 악역이었다. 끝없는 경쟁으로 연습생들을 몰아세웠고, 따끔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한 극단의 조치라면 조치였다.
하지만 'K팝스타'에서 양 대표는 그보다 더 다정하고 따뜻하다. 냉정할 때는 냉정하지만, 조카뻘, 딸뻘인 참가자들을 볼 때 '아빠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이는 'K팝스타'를 시작할 때 쯤 아빠가 된 그의 개인사(?)와도 겹치며 훈훈함을 더해왔다.
그런 양 대표의 '아빠 어록'은 지난 6일 'K팝스타5'에서 효녀 참가자 이시은의 앞에서도 발휘됐다. 박새별의 '노래할게요'를 진정성을 담아 부른 이시은에게 그는 "지원동기, 행복했던 순간을 읽어보니 인상깊다. 지원한 동기가 본인이 TV에 나오는 엄마에게 자랑거리가 되고 싶다고 한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노래 실력으로 내가 잘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엄마에게 보여주는 게 행복했다. 다 엄마와 연관이 있다"며 "내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엄마가 언제 가장 행복해 할까요?"라고 질문을 던지며 궁금증을 일으켰다.
이어 그는 "자식이 자랑스러울 때"라고 답하는 이시은의 대답에 대해 가볍게 부인한 뒤 "쉬운 대답이다. 자식이 행복한 모습을 볼 때가 부모가 가장 행복하다. 이번 라운드는 어머니. 다음 라운드부터는 시은 양이 행복해지는 노래를 부르라"고 조언했다. 부모의 마음이 아니라면 하기 어려운 조언이었다. 그만큼 양현석 심사위원의 조언에는 진정성이 담겨있었다.
앞서 양 대표는 'K팝스타5'의 제작발표회에서 "기획사에서 하는 공개 오디션은 혹독하고 냉정한 프로그램이다. 반면 'K팝스타'에서 만난 친구들은 처음 만난 친구다 보니 성격이 굉장히 다르다"며 "전자에서는 엄한 부모가 되는 것 같고 'K팝스타' 심사위원으로서는 선하고 다정한 부모가 될 수 밖에 없다. 누구에게 도움을 받지 못한 친구들이 많다. 이 친구들을 교육을 시킨다기 보다는 이 친구들을 어떻게 하면 초자연적으로 만들어줄까를 생각한다"고 프로그램에 임하는 자신의 자세를 밝힌 바 있다. 이는 제작자로서 여전히 진화하고 있는 그의 '오픈 마인드'를 보여준다. 그의 어록이 최근 들어 더 따뜻해진 것은 이 같은 마음가짐 때문이다. '난로 어록'은 어디까지 경신될까.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eujenej@osen.co.kr
[사진] 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