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류준열이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박보검과의 우정 때문에 혜리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류준열의 주춤거림이 벌써 몇 회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인내심의 끝판왕’ 류준열의 이성의 줄이 끊기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응답하라 1988’이 그리는 사랑은 쌍문동 골목길 우정보다 큰 파괴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 때부터 서로의 삶에 깊숙하게 개입했던 이들이 사춘기가 지나고 사랑에 눈을 뜰 때 우정을 버리기란 쉽지 않다.
최택(박보검 분)이 성덕선(혜리 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김정환(류준열 분)이 덕선이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밀어내는 다소 답답한 선택을 하는 것도 이들이 차곡차곡 쌓아온 우정의 소중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쌍문동 골목길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관심, 애정이 넘실거리는 곳.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극한의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삭막한 동네가 아니다. 이 드라마가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와 확실히 다른 요소이기도 하다. 따뜻한 정을 다루면서도 재밌는 드라마가 아니던가.
그래서 덕선이 함께 콘서트를 가자고 졸라도 주저하게 되고, 덕선의 정성이 담긴 분홍색 셔츠를 끝내 서랍 앞에 넣어둘 수밖에 없는 정환의 주저함이 이해가 된다.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살아가고, 자신보다 친구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는 곳이 쌍문동이기 때문에 사랑을 포기하려고 하는 정환의 애달픈 마음이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다만 정환이 그토록 분홍색을 좋아하는 친형인 김정봉(안재홍 분)에게 덕선의 선물을 넘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만간 정환이 덕선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것이라는 예상이 들게 하고 있다. 덕선은 현재 정환이 자신이 선물한 셔츠를 정봉에게 넘겼을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상태. 정환은 덕선이 크게 실망하는 오해 속에서도 무거운 입을 떼지 못하고 애꿎은 화분만 발길질을 했다.
‘응답하라 1988’은 지난 19일 방송으로 14회를 마쳤다. 20회로 기획된 이 드라마는 딱 6회가 남은 상태. 그동안 시청자들을 어지간히 마음 졸이게 하며 정환의 고민과 혼란으로 어느 정도 우정을 지키는 감정선을 충실히 표현해왔기에 이제 남은 것은 정환이 화끈하게 고백하며 덕선과의 결실을 맺는 일일 터. 이제는 우정을 잠시 뒤로 해도 된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했을 정환을 이해하는 택이의 어른스러운 면모도 예상되는 그림이고, 그동안 혼자 짝사랑한다고 생각한 덕선이가 모처럼 환하게 웃는 일도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흔히 벼랑 끝에서 서로의 목을 누르며 자극적인 경쟁을 벌이는 일이 많은 ‘막장 드라마’와 다르기에 답답하기도 하고 더욱 설레기도 한 ‘응답하라 1988’의 ‘사랑 놀음’이 일주일 내내 안방극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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