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안녕', '응팔' 덕선이도 울고 갈 둘째의 설움
OSEN 박꽃님 기자
발행 2015.12.22 06: 57

위로는 믿음직한 장녀인 언니, 아래로는 사랑받는 남동생을 가진 둘째 딸의 설움이 폭발했다. 한창 감수성이 풍부할 나이의 중학생 소녀는 언니와 동생 사이에 끼어 가족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한다며 시무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그의 모습은 ‘응답하라 1998’의 둘째 딸 덕선이, 그리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둘째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 했다.
지난 21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에서는 할머니가 남동생만 예뻐해 서러운 중1 손녀의 사연이 공개됐다.
할머니는 남동생과 손녀를 대놓고 차별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남동생은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게 하면서 할머니는 손녀에게 설거지나 청소 등 갖은 심부름을 시켰고, 치킨을 시키면 손자가 좋아하는 부위부터 먼저 챙기고 손녀의 입맛은 뒷전 취급하는 등 음식으로도 차별을 해 왔다. 이에 할머니는 “손녀 둘에 막내로 손자 하나인데 그냥 좋다”라며 남자라는 사실만으로 손자를 편애한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또한 할머니는 손자가 주인공에게 대든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 할머니는 “5학년이 되니 대들기 시작했다. 컸구나 싶어서 놔뒀다”라며 대드는 것마저 대견스럽게 보이는 손자 콩깍지에 대해 얘기해 손녀의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이런 할머니의 편애는 부모님도 인정하고 있었다. 특히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와 살기도 했던 주인공은 당시 그 사랑을 독차지한 기억이 있었기에 남동생이 생긴 후 할머니의 관심을 동생에게 빼앗겼다는 생각에 더욱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
주인공을 서럽게 만드는 건 할머니뿐만이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더 자신에게 신경을 써주길 바라는 주인공의 눈에 비친 부모님은 누구보다 언니가 우선이었다. 언니와 따로 빙수를 먹으러 나가는 엄마와 자신이 학교 준비물을 사야 된다고 말하면 엄마 핑계를 대며 용돈 주기를 미루는 아빠는 언니에게 필요한 것이 생기면 책상 위에 슬며시 용돈을 챙겨주는 등의 모습으로 주인공을 서운하게 만들었고, 이는 모두 상처가 되어 남아있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부모님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편을 들어주고 사랑해주는 이가 없다고 느끼는 둘째 딸의 이야기는 실제로 집안에서 둘째인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물론 주인공이 느끼고 있는 것처럼 가족들 중에 그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건 사실이 아닌 듯 보였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표현을 미루는 동안 그 사랑은 필요한 순간에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 남들의 눈에는 한없이 사소해 보이는 일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늘 기다려왔고 바래왔던 관심과 사랑. 이 세상의 둘째들에게 필요한 건 오직 그 것뿐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증명한 시간이었다.
한편 이날 ‘안녕하세요’에는 김범수, 김상혁, 류시현, 김주희가 함께했다. / nim0821@osen.co.kr
[사진] ‘안녕하세요’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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